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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3화

“우리가 아니라, 나만.” 하준은 미간을 문질렀다. 어쩔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미안해. 아무래도 우린 좀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아.” 백지안은 멍하니 서 있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아까는 더 이상 채근하지 않을 것 같더니 왜 또 갑자기 간다는 거야?! 아니, 이렇게는 못 보내지!; 백지안은 하준의 손을 와락 잡았다. “하준아, 가지 마, 제발. 대체 내가 어떻게 하면 용석 되겠어? 뭐든 시키는 대로 다 할게.” “지안아, 이러지 마….” 하준은 백지안의 손을 밀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백지안은 미친 듯 울고불고했다. “생각은 그냥 여기 남아서 해도 되잖아? 방해하지 않을게. 지금 다들 나에게 손가락질하는데 네가 집에서도 나가 버리면 사람들이 날 뭐라고 생각하겠어? 내가 바람이 나서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겠지. 버림받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겠어!” “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 하준의 체념한 듯한 말투에는 어느 정도 싸늘한 느낌마저 스며있었다. 거기에 큰 키에서 오는 압도감이 더해지니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백지안은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 아니야. 그냥 우리 같이 평온하게 이야기해 볼 수 있잖아. 우린 만난 지가 20년 되었고 십수 간 사랑을 키우면서 그 온갖 우여곡절을 함께 겪어내며 간신히 오늘까지 온 거잖아.” 하준은 망연한 눈으로 백지안을 바라보았다. “며칠 동안 많이 생각해 봤어. 지금까지 한 번도 네가 몸을 버려서 더럽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 하지만 내가 널 안지 못해서 우리 사이에 틈이 생긴 것 같아. 누구라도 정상적인 욕구가 있기 마련인데 널 만족시켜주지 못했으니 원망하는 마음도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것이 되지는 않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렇게 더러운 녀석과 수도 없이 뒹굴면서도 자신을 만날 때는 언제나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던 지안을 생각하면 그런 백지안을 안는다는 생각만으로도 꺼림칙했다. 그런 백지안과 평생을 보내야 하다니…. “무슨 뜻이야?” 백지안은 완전히 감정이 격해져서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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