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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5화

전화를 끊은 후 지안은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하준이 거실 창 앞에 서 있었다. 오른손에는 와인잔을 든 날렵한 실루엣이 창문에 비치고 있었다. 이런 밤, 어느 각도에서 봐도 멋진 이런 남자라니…. 어떤 여자든 이 사람을 보면 무너지게 될 것이다. 백지안의 마음속에 씁쓸함이 밀려왔다. ‘누구보다 멋진 이 남자가 하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다니.’ “나가려고?” 하준이 지안의 손에 들린 핸드백을 흘깃 보았다. “응, 친구랑 기분 전환 좀 하게.” 고개를 숙인 채 귓가의 머리를 넘기는 백지안의 모습은 근심이 가득해 보였다. 하준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안해… 병원에 가볼게.” “어… 그래.” 지금 어떻게 곽철규를 구워삶을지 궁리뿐인 백지안은 대충 대답하고는 황급히 별장을 떠났다. 집은 다시 고요함을 되찾았다. 하준은 괴로워하며 술잔을 단숨에 비웠다. 뚱뚱한 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와 ‘야옹’하고 울었다. 하준은 허리를 숙여 지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나지막이 읊조렸다. “만약 계속 안 되면… 어떻게 하면 좋겠니?” ……… 벨레스 별장. 여름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름이 정원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백지안이 숨겨놓은 자기 아파트로 갔습니다. 곽철규도 그리로 갔고요. 호텔에 어렵사리 설치한 CCTV가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호텔로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백지안 내 생각보다 훨씬 치밀하군요.” 여름이 아쉬워하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이번만 기회는 아니니까요. 언제가 됐든 걸리기만 하면 되죠.” “하긴, 잘 주시해줘요. 언제 나오는지.” “넵.” 전화를 끊자 복잡한 심경의 서경주가 나와 말했다. “여름아, 방금 벨레스 쪽 주주 여럿이 전화를 걸어왔다. 내일 나더러 벨레스로 가라는구나. 우선 서경재와 서유인의 직위를 해임하는 데 동의했다.” “일단 가지 말고 기다리세요. 벨레스 주가가 더 떨어질 때까지요.” “알았다.” 서경주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여름의 의견에 동의했다. 여름이 잠시 당황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쉽게 제 말을 들으시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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