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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화

“내가 끼어들지 않았더니 네 녀석이 쌍둥이를 저세상에 보내버리지 않았느냐? 나도 며칠 전에야 들었다.” 최대범이 노발대발했다. “그런 짓을 하다니 네가 사람이냐? 네가 아무리 마음이 변했어도 네 아내와 아이에게 이럴 수는 없다. 네 에미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 “그래.” 장춘자도 사뭇 차갑게 말을 이었다. “아내가 임신을 했는데 새벽부터 밤까지 백지안 품에서 헤어나질 못하더니, 그냥 방치를 하는 것도 그렇다 치지만, 사람을 가둬 놨다가 일이 벌어지니 이번에는 강제 입원? 너도 어릴 때 있어 봐서 알 텐데 어떻게 그렇게 잔인한 짓을 할 수가 있어? 이제 사람이 죽었는데도 붙들고 놔주지 못하겠다니. 죽어서도 너랑 백지안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줘야겠다는 심산이냐?” “제발 우리 여름이를 보내달라고.” 임윤서가 갑자기 무릎을 꿇으며 통곡했다. “여름이는 서울에 와서 행복한 적이 없어. 난 여름이가 동성으로 돌아가서 편하게 눈을 감았으면 좋겠어.” “데려 가슈.” 최대범이 손을 내저었다. 최대범은 원래 여름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함께 지내는 동안 여름의 면면을 보고는 호감이 들었던 것이다. “살아서 사람을 그렇게 괴롭혔으면 죽어서라도 소원을 좀 들어주거라.” 장춘자가 씁쓸히 덧붙였다. “하준아, 여름이에게 왜 이렇게 잔인하게 구는지 모르겠구나.” 순간 하준의 심장이 저릿했다. ‘잔인하다고? 정말 내가 잘못한 건가? 내가 일부러 여름이를 병원에 보낸 게 아닌데? 난 그저 여름이의 우울증을 치료해 주고 싶었을 뿐이야. 아이만 낳아주면 평생을 편히 먹고살 위자료도 주고 보내줄 생각이었다고. 그런데 왜? 왜 죽어버린 거야?’ 하준은 붙박힌 듯 가만히 서 있었다. 임윤서는 결국 여름을 데리고 나갔다. 툭툭 끊기긴 했지만 하준이 머릿속에 하준과 여름이 만났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나 정말 병에 걸린 것 같아요. 정신병이 아니고, 상사병.” “오빠, 눈감은 옆모습이 진짜 너무 매력적이라 거부할 수가 없네요.” “난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어.” “맹세할게. 앞으로 난 당신 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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