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4화
“진정해, 하준아. 닥터 류는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라고.”
이주혁이 나서서 달랬다.
“내가 어떻게 진정을 해? 젠장, 난 지금 와이프가 임신한 것도 잊어버리고 앉아 있는데! 내일이면 와이프 얼굴도 못 알아보는 거 아니야?”
하준은 곧 폭발할 것 같았다.
닥터 류는 입술을 움찔움찔할 뿐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준은 이미 자신이 했던 말이 핵심을 찔렀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침대 위에 풀썩 앉더니 갑자기 침대 머리 맡의 물건을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하준아, 진정해!”
이주혁과 닥터 류가 하준을 잡으려고 했지만 하준은 두 사람을 밀쳐버렸다.
여름이 이를 악 물고 다가갔다.
“나랑 우리 아이들 놀라잖아요.”
치켜들었던 하준의 손이 공중에서 그대로 멈추었다. 여름과 여름의 배를 보더니 두 손을 공손히 내려 모았다.
“난 이런 병이 있어서 나중에 아이들이 눈 앞에 있어도 알아보지도 못할지도 몰라.”
“아니야. 내가 이미 해외에 나드자를 수소문하고 있어. 나드자만 찾으면 널 치료할 수 있을 거야.”
이주혁이 하준의 어깨를 두드렸다.
“나드자는 못 고치는 병이 없다고 해.”
하준의 눈이 순해졌다. 이것이 마지막 기회인 지도 모른다.
“자기야, 난 신경 쓰지 마. 당신은 가서 좀 쉬어.”
여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기 병실로 돌아갔다.
잠시 후 이주혁이 들어왔다.
“여름 씨, 지금 하준이에게 불만이 있는 건 알겠는데, 지금 걔 상태 여름 씨도 알잖아요? 한동안은 하준이랑 싸우지 말아줬으면 해요. 아이를 위해서도, 하준이를 위해서도.”
“지금 또 나 때문에 최하준 씨 상태가 안 좋아진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요?”
여름은 이주혁이 하준의 상태가 나빠지는 원인을 자신에게 덮어씌우는 것이 은근히 기분 나빴지만 꾹 참았다.
이주혁이 안경을 밀어 올리며 덧붙였다.
“강여름 씨가 이혼하자는 말을 꺼내고 나서부터 하준이 상태가 확실히 급속도로 나빠졌어요.”
“난 지다빈이 오고 나서부터 상태가 악화됐다고 생각하는데요.”
여름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주혁이 미간을 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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