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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3화

“비상시국이니까 그렇지. 우리 아가들을 위해서 그러는 거야.” 그렇게 말하는 하준을 기어코 내보내고 여름은 뒷일을 처리했다. 침대로 돌아왔는데도 여름은 여전히 달아오른 얼굴에서 열기가 빠지지 않았다. 이때 테이블에 놓인 과일이 눈에 들어왔다. 과일이라도 좀 먹을까 싶어서 과도를 들자 또 하준이 벌떡 일어났다. “앉아 있어요. 내가 해줄게.” 하준은 그러고 여름이 병실에 한나절을 버티고 앉아서 누워있거나 기대고 있거나 자는 것 말고는 여름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했다. 낮에 너무 많이 자는 바람에 여름은 다음 날 새벽 5시에 눈을 떠버렸다. 깨어서 보니 하준이 자신과 같이 베개를 베고 누워있었다. 대체 최하준이 언제 침대로 기어들어 왔는지 기억도 없었다. 어쨌거나 어제 하준의 손을 꼭 잡고 있던 지다빈을 생각하니 새삼 알 수 없는 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어쨌거나 세상 모르고 잠에 든 하준은 마치 천사 같았다. 기다란 속눈썹이며 모공 하나 없는 매끈한 피부에 눈, 코, 입이 하나같이 예술이었다. 마치 신이 빚어낸 완벽한 예술품인 듯했다. 그러고 반해서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인기척을 느낀 하준이 갑자기 눈을 떴다. 여름은 놀란 나머지 하준을 냅다 걷어찼다. “누가 남의 침대에 몰래 기어들어 오래요?” 바닥에 떨어진 하준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물었다. “여기 병원이잖아? 당신은 왜 환자복을 입고 있어?” 여름의 심장이 쿵하고 떨어졌다. 요 며칠 같이 지내면서 보니 하준의 기억력이 급속도로 감퇴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깨어나서 자신이 아이를 가졌다는 것도 기억을 못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거의 치매환자 수준으로 기억력이 나빠진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면 그만둬요.” 여름은 침대에서 내려가 세수를 하고 양치도 했다. “말해 봐. 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야? 당신 어디 아파?” 하준이 따라와서 여름의 손을 잡았다. 병실에 붙은 휴게실에서 주무시던 이모님이 소리를 듣고 얼른 나오셨다. “사모님, 아침 식사는 뭘로 하시겠어요?” “아무거나 먹죠.”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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