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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화

11시. 회사에 갔던 하준이 여름을 픽업하기 위해 돌아왔다. 여름이 먼저 하준의 손을 잡았다. 두 눈동자가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이 드레스 마음에 들어요.” “맘에 든다니 다행이네.” 하준의 표정이 밝아졌다. ‘서유인 드레스를 가로채려고 애쓴 보람이 있군.’ 호텔로 향하던 차가 사거리에서 멈추었다. 그때 길거리에서 약국을 본 여름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말했다. “잠깐, 병원 좀 들려요.” “뭔데? 내가 갈게.” 하준이 여름을 응시했다. “…사후피임약요.” 여름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제 아기 가져도 되잖아?” 하준이 여름의 반응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좋은 아빠가 될게.” “…….” 여름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아이는 무슨, 아직 그런 사이 아닌 것 같은데. 난 해야 할 일도 많고.’ “지금은 갖고 싶지 않아요. 나도 아직 한참 어린데.” 여름이 얼굴을 홱 돌리며 단호하게 말했다. “알았어, 그냥 있어. 내가 받아 올게.” 병원에서 받은 처방을 들고 하준은 약국으로 달려갔다. “비타민이랑 피임약요.” 약사에게 약을 건네받은 하준은 그 자리에서 피임약과 비타민을 바꿔 넣었다. 약사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지? 저렇게 멀쩡하게 생겨서 임신으로 여자를 잡으려는 건가?’ 하준이 차에 타더니 여름에게 약을 건넸다. “몸에 안 좋으니까 오늘만 먹어요. 다음엔 내가 조치를 취할 테니까.” ‘다음이라고….’ 여름은 운전석에 앉은 상혁이 신경 쓰여 부끄러움에 하준을 흘겨보았다. “부부 사이에 뭐가 어때서?” 하준이 응큼하게 웃었다. “…….” ‘됐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 무진 인터내셔널호텔.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5성급 호텔로 해변가에 위치하고 있었다. 프라이빗 비치가 있고 전 세계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일곱 곳을 갖추고 있었다. 많은 재벌가 자제와 연예계 스타들이 세기의 결혼식을 올리는 장소로 유명했다. 약혼식은 프라이빗 비치와 잔디밭에서 거행되었다. 서유인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고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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