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3화
“그러게요. 저도 생각지도 못했어요.”
한참만에 여름이 민망한 얼굴로 답했다.
이주혁이 의미심장하게 여름을 쓱 보더니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혹시 모르니까 오늘 비뇨기과에 데리고 가서 검사해 보세요. 일시적인 건지 확실히 좋아진 건지 봐야죠. 내내 하준이 진찰하던 선생님에게 얘기해 놓을게요.”
“고마워요.
“고맙긴요. 하준이는 제 친구니까 당연하죠.”
이주혁의 눈에 슬픈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이주혁과 최하준은 오래 알고 지냈다. 언제나 자신을 가장 잘 알아주던 사람이 하준이였는데 이렇게 되다니….
여름은 그 모습을 눈에 담아주었다. 이주혁이 남편이나 남자친구로는 별로일지 몰라도 형제나 친구로서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사람인 것 같았다.
******
점심을 먹고 나서 여름은 하준을 데리고 비뇨기과를 갔다.
그 시간에는 환자가 없어서 누구에게 들킬 염려도 적었다.
닥터 류는 이주혁의 부탁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리 해도 진찰실에 안 들어가겠다고 버티는 하준 때문에 여름은 결국 애니메이션과 초콜릿으로 달래고 나서야 겨우 데리고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들어가서 얼마 되지 않아 안에서 하준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안 벗을 거야! 안 벗어! 여름이가 바지는 자기 앞에서만 벗는 거랬어!”
“……”
아무 것도 안 들렸으면 싶은 순간이었다.
닥터 류는 어쩔 수 없이 진찰실에서 나왔다.
“죄송한데 좀 도와주셔야겠는데요. 설득 좀 해주십시오. 힘이 너무 세서 방법이 없네요.”
그야말로 난처한 상황이지만 여름은 할 수없이 들어갔다.
안에서 하준은 자기 바지를 꼭 붙들고 아주 결사적인 모습으로 안 벗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여름이 다가가더니 하준의 짧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쭌, 선생님 말씀은 들어야지. 검사해 보려고 하시는 거야.”
하준은 입술을 비죽거렸다.
“하지만… 바지는 다른 사람 앞에서 벗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 여름이만 벗기는 거라고.”
“……”
“쿨럭쿨럭!”
물을 마시던 닥터 류는 얼른 컵으로 얼굴을 가리고 ‘난 아무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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