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2화
“알겠습니다.”
하준은 조용히 탄식했다. 언제가 제가 제일 잘난 줄 알았는데 역시나 아버지에 비하니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내 아들이구나. 네가 재기할 때가 우리 부자의 복수가 시작되는 때다.”
한병후의 눈에 뼈에 사무치는 한이 솟구쳤다.
하준의 얇은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20여 년 전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하시고 나서 혹시… 관계를 가지신 적 있나요?”
한병후는 뜨악했다. 잠시 후 눈에 고뇌가 스쳤다.
“그런 일은 물어서 뭐 하려고 그러니? 언제 적 일인데, 기억도 안 난다. 게다가 최란을 생각하니 속이 거북하구나.”
“어머니와 추동현 일 때문에요?”
하준이 결국 그렇게 물었다.
“당연하지. 그런 일을 참을 수 있는 사람이 있겠니? 혼전에야 란이와 추동현이 어떤 사이였건 상관없다. 그러나 결혼을 했으면 애를 생각해서라도 추동현하고는 거리를 두었어야지. 네 엄마는 너도 신경 쓰지 않고 매일 추동현하고 어울리고는 했다.”
이미 오래된 일이라고는 해도 그 일을 언급하자 한병후는 여전히 화가 나서 이마에 푸른 심줄이 올라왔다.
“나주에 내가 추동현을 손 봐준 일로 이혼을 하자고 하더구나. 몇 번을 싸우다가 나도 마음이 식어서 이혼을 해버렸던 거지.”
“어머니와의 과거를 알고 싶은 게 아닙니다. 저는 두 분이 이혼하고 나서 관계를 가진 일이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하준이 진지하게 말했다.
“이건 정말 중요한 문제거든요. 예를 들어서 뭐 어머니가 취한 다음에라도….”
한병후의 얼굴에 민망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뭐, 그런 일이 한 번 있기는 했다. 란이랑 크게 싸우고 안 좋은 소리를 몇 마디 했지. 나중에 생각해 보니 네 엄마에게 상처가 됐을 것 같아서 가보니 취했더구나. 그래서 …크흠, 이미 다 지난 일이니까 그 애기는 그만하자.”
한병후는 자신의 말이 얼마나 하준의 마음에 큰 파문을 일으켰는지 알지 못했다.
최란은 그때 술에 취해서 기억이 너무 모호해서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까, 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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