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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2화

“실은 유진 씨를 사랑해서 결혼한 게 아니에요. 아마 조금 좋아하기는 했을 거예요. 하지만 유진 씨가 날 위해서 해준 많은 일에 감동해서 나도 유진 씨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내가 기댈 사람은 유진 씨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여름이 씁쓸하게 고개를 숙였다. “최근 제가 사실은 유진 씨를 잘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었어요. 유진 씨와 함께 있으면 늘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요. 물론 제게도 책임이 있겠죠.” 서경주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서경주 역시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와 결혼했던 지라 지금 여름의 감정을 너무 잘 알 것 같았다. “그래, 네가 어떻게 하든 이 애비는 무조건 널 지지한다. 네가 앞으로 계속 결혼하지 않고 산다고 해도 나는 지지할 거다. 더구나 아내에게 손을 대는 녀석이라면 좋은 남편이라고 할 수 없지.” 서경주도 은근히 딸 바보라 전에는 딸의 남편인 양유진을 무작정 좋아라 했지만 딸에게 손찌검을 하는 사위라니, 이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딸이 잘못을 했거나 말거나 소중한 자기 딸은 사랑만 받기를 바랐다. “마음은 감사해요.” 여름은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끼어들지 않으셨으면 해요 제가 유진 씨와 찬찬히 잘 풀어갈게요.” “그래. 알겠다.” 아이들은 문 뒤에 숨어서 듣고 있다가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자 얼른 살금살금 놀이방으로 돌아갔다. 아이들의 작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늘의 두 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무한한 분노가 가득했다. “유진이 아저씨가 엄마에게 손을 댔다니!” “우리의 아저씨가 될 자격이 없네.” 여울도 화가 났다. “우리 엄마를 때렸으니까 이제는 안 좋아할 거야. 미워!” “나도!” 하늘이 작은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엄마는 하늘에게 역린이었다. 예전에는 양유진을 존중했지만 지금은 처음으로 자신이 아직 어린애라서 엄마를 보호해줄 수 없다는 것이 한스러웠다. 예전에 엄마와 양유진을 어떻게든 이어주려고 노력했던 자신을 떠올리니 더욱 마음이 괴로웠다. ‘양유진 같은 인간은 엄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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