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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화

“최하준, 대체 왜 이래, 진짜?” 여름은 이제 힘이 다 빠졌다. “지금 당신이 얼마나 악명을 휘날리는지나 알아? 누가 당신하고 나하고 단둘이 따로 밀폐된 공간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오해 산다고.” 하준은 눈을 내리깔았다. 밝은 달빛이 창으로 비쳐 들어왔다. 하준의 또렷한 콧날과 진한 속눈썹을 드러내며 조각 같은 이목구비를 선명하게 만들어 주었다. 분명 서른이 넘었는데도 아무 말 없이 입을 비죽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겨우 스물 남짓한 애로 보였다. 마치… 버림받은 강아지 같은 느낌이었다. 여름은 저도 모르게 윤서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한때는 죽도록 미워했지만 초라한 꼴이 되어 남들에게 괴롭힘을 받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쨌건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느낌이 남달랐다. 지금은 여름의 마음이 조금 달라졌던 것이다. 지금은 하준이… 짠한 마음이 들었다. 안쓰러운 마음이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안 돼! 자꾸 이런 생각 하면 안 되지. 내가 미쳤나 봐.’ 여름은 허리를 숙여 하준의 겨드랑이 사이로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하준의 팔이 와락 껴안으며 도리어 여름은 하준의 품에 안기는 꼴이 되었다. 아까는 그나마 하준이 팔로 만든 공간에 갇혀 있었다면 지금은 완전히 딱 붙어 있게 되었다. “최하준, 적당히 하시지!” 여름은 완전히 화가 났다. 그러나 큰 소리를 낼 수가 없어서 아무리 화가 났어도 목소리는 낮았다. “서지도 않는다면서 툭하면 이렇게 나하고 얽혀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이렇게 이기적인 인간인 줄 알았으면 진작에 사람들이 쫓아내게 내버려 두는 건데!” 하준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눈동자가 반짝 빛났다. “그러니까… 정말 당신이 임윤서를 보내서 날 구해줬다는 말이군?” 여름은 짜증이 나서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워낙 선량한 시민인데, 하필이면 하정혜가 모함하려고 수작 부리는 것을 봐 버렸단 말이야. 당신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런 저열한 수작을 참을 수가 없었던 거라고.” “그러니까, 계속 날 훔쳐보고 있었다는 말이잖아.” 여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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