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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3화

밤 9시. 여름은 침실에 딸린 욕실에서 샤워를 했다. 솨아아하는 물소리에 괜히 긴장이 됐다. 곧 양유진과 관계를 가질 생각을 하니 거부감이 들었다. ‘아니야. 일단 한 번 해보고 나면 이런 거부감은 사라질 지도 몰라. 평생 이렇게 최하준 하나만 받아들일 수는 없잖아.’ 여름은 이를 악물고 나왔다. 그런데 여름이 마주한 것은 이불과 베개를 들고 나갈 준비를 하는 양유진이었다. “아무래도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을 것 같아서 한동안 혼자 있을 수 있게 해줄게요.” 양유진이 부드럽게 웃었다. “그리고 요즘 나도 일이 좀 바빠서 밤에 일을 좀 해야 하거든요. 한동안은 옆 방을 쓸게요.” “……” 감동한 여름은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난 준비가….” “너무 스스로를 몰아치지 말아요. 난 억지로 몰아붙일 생각 전혀 없어요.” 양유진이 여름의 말을 끊었다. 여름은 완전히 감동의 도가니에 빠졌다. 양유진을 의심한 적까지 있다는 사실에 크게 죄책감을 느꼈다. 양유진이 옆 방으로 가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여울이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왔다. 냅다 여울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모, 너무 아파요. 보고 싶어.” “여울아, 무슨 일이야?” 여름은 깜짝 놀라서 혼이 빠져나갈 지경이었다. 여울이 훌쩍거렸다. “머리 아프고 열나요. 보고 싶어요….” 여름은 아이의 우는 소리를 듣자 머리가 띵했다. 이런저런 것을 따지고 있을 겨를이 없었다. “어디니? 내가 당장 갈게.” “병원이오.” 병원이라는 소리를 듣자 더욱 다급해졌다. 급히 옆 방에 있는 양유진을 찾아가 회사에 일이 있어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하준과 가깝게 지내는 것을 꺼려할까 봐 여울이를 보러 간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 병원. 여울은 전화를 끊더니 울음을 뚝 그치고 바로 돌아서서 이주혁의 팔을 애교스럽게 껴안았다. “삼촌이 다 하면 사탕 준다고 했죠?” 이주혁은 어이가 없어 하며 서랍에서 막대 사탕을 꺼내 건네주고는 하준을 돌아보았다. “네 조카 연기 끝내준다.” 하준이 눈을 찡그했다.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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