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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4화

“내가 같이 자는데, 내가 한 번 잠들면 깨질 않아서….” 하준은 곤란해졌다. ‘아, 처음에 이불을 차낸다고 대충 말을 하고 났더니 이거 자꾸 말이 꼬이네.’ “뭐라고?” 여름은 화가 나서 하준을 노려보았다. “이래 가지고는 당신은 자격이 없어, 아…” ‘아빠가 될 자격이 없어’ 소리가 튀어나오려는 걸 간신이 눌러서 참았다. 지금 여기서 ‘아빠’라는 말이 나와서는 곤란하다. “그래, 난 삼촌 자격이 없어.” 하준은 별생각 없이 진지한 얼굴로 사과했다. “나도 여름이를 위해서 좋은 새아빠가 되어 주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데….” “새아빠라니?” 여름은 심장이 바르르 떨렸다. “양하도 없으니 이제부터는 내가 여울이 아빠가 되어야지. 이제 유치원 등하교도 다 내가 시켜. 밤에도 내가 데리고 자고, 책도 읽어 주고, 놀아주고….” 한참 말하다 보니 하준은 자기가 너무 주절주절 혼자서 떠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얼른 입을 다물었다. “그렇네. 애한테 잘해줘.” 여름도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쨌든 남들은 다 하는 아빠 노릇 아닌가? 게다가 여울은 하늘이와는 달라서 아빠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아이였다.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여름이 다시 부탁했다. “하지만 기왕 아빠 역할을 하기로 결심을 했으면 책임지고 제대로 돌봐 주라고. 잠에 그렇게 마음 푹 놓고 자는 부모가 어디 있어? 어린애는 원래 밤새 이불을 차내니까 계속 덮어 줘야 한다고.” 하준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애도 안 키워봤으면서….” 여름은 움찔했지만 얼른 얼버무렸다. “나도 애를 가진 적은 있거든. 굳이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잖아?” 말실수 한 것을 깨닫고 하준은 얼른 입을 다물었다. “미안해….” “나랑 여울이는 자주 만나서 자주 데리고 잤었다고. 그러니까 알지.” 여름은 이제 평온하게 말을 이었다. “돈 몇 푼 들인다고 애 키울 수 있는 게 아니야. 책임을 져야지.” “그래. 알겠어.”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얌전히 귀 기울이고 수긍하는 모습을 보니 여름은 심정이 복잡했다. 하준이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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