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6화
“네, 직후에 최면에 걸리신 건지 제가 결과를 말씀드렸더니 엄청나게 화를 내셨었죠. 그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는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상혁이 말을 이었다.
“당시 백지안 님이 연화정님의 유골을 바꿔치기한 게 아닌가 의심하셨던 것 같습니다. 검사했던 분께서는 개나 고양이처럼 적은 동물의 뼛가루라고 말했습니다.”
“지안이가 새어머니 유골을 개나 고양이의 뼛가루와 바꿔치기했다고?”
이주혁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도 딱히 선량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어르신이 돌아가셨는데 유골을 짐승 뼛가루와 바꿔치기한다는 미친 짓은 상상도 못 해보았다.
“그러면 지안이가 아버지를 짐승이랑 같이 합장했다는 거야?”
“그런 셈이죠.”
상혁이 끄덕였다.
하준과 이주혁은 동시에 입을 다물어버렸다.
한참 만에야 이주혁이 입을 열었다.
“그게…백윤택이 한 짓인지도 모르잖아?”
“그렇게까지 미친 애라는 생각은 받아들이기 힘들지?”
하준도 믿기 힘들었다.
“내가 걔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데도 내게 그렇게 악랄한 술수를 써서 내 모든 것을 망가뜨린 인간이야. 육민관 사건에도 배후에 걔가 있었을 거야. 백윤택은 그렇게까지 머리가 좋지 못해.”
백윤택이 나쁜 놈이라고는 하지만 영하 관리하는 거 보면 그런 복잡한 일을 계획할 정도의 머리는 없어. 내가 몇 년을 서포트를 했는데도 전혀 발전이 없잖아. 게다가 일을 저질러도 그렇게 멍청해서는…. 내가 뒤를 봐주지 않았으면 진작에 감옥에 갈 정도로 늘 증거를 질질 흘리고 다니고 말이야.”
이주혁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
“알고 지낸 지 십수 년이라. 내 마음속에 지안이는 언제나 순수한 소녀 그 자체였는데 언제 그렇게
변한 걸까? 외국 나갔다가 너무 많은 일이 벌어져서….?”
“아마도 걔는 변한 게 아닐지도 몰라. 그냥…걔는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인데 우리가 잘 몰라봤던 거지. 걔는 위장에 능하잖아.”
하준이 갑자기 말했다.
“어렸을 때 나는 늘 지안이를 감싸면서 소영이와 싸웠는데…. 소영이가 지안이를 괴롭힌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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