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4장
그가 먹은 건 술이 아니었고, 술이라고 하더라도 한잔을 마시고 쓰러지는 건 불가능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다들 속으로 알고 있었고, 백루루도 숨기려 하지 않았다. “제가 이런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떻게 선생님이랑 만날 수 있겠어요? 늘 미지근한 태도에, 제가 이렇게 오랜 시간을 투자했는데 이젠 힘들어요. 결혼하셨든 말든 상관없어요. 어차피 그 결혼도 명예 때문이잖아요. 전 그런 거까진 필요 없어요.”
경성욱은 자신이 쓰러진 상태에서 절대로 백루루한테 아무짓도 안 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어서 더욱 태연했다. “자중해. 우리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어. 넌 아직 젊으니까 괜히 벌써부터 이름 더럽히지 마.”
백루루는 말없이 웃었다. 그 다음에, 문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자 백루루는 시스루 잠옷을 입고 방문을 열었고 문 밖에는 제자들이 서 있었다. 그 순간 경성욱은 자신이 이 여자손에 놀아났다는 걸 알았다.
그 날 이후로, 그는 그 도시를 떠났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백루루도 더 이상 그를 찾지 않았고, 찾지도 못 했고 찾을 이유도 없었다. 그리고 다시 재회한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처음부터 목적을 숨기지 않고 다가오는 여자한테 어떤 남자도 쉽게 그 함정에 빠지진 않겠지만, 한번 잘못 걸리면 벗어나기 쉽지 않다. 경성욱은 그 도리를 알았고, 정말 아무 일도 없었지만 백루루가 마음만 먹으면 과거에 그 바닥에서 돌던 소문이 가짜였어도 진짜가 될 수 있다.
“나한테 바라는 게 뭐야?” 그는 이를 꽉 물며 물었다.
백루루를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아랑곳하지 않은 모습으로 말했다. “나랑… 우리의 아이를 키워주세요. 내가 원하는 거 다 주시고, 우리의 평화로운 관계를 약속해주세요. 경선생님, 제가 몇 년 동안 선생님을 얼마나 열심히 찾았는데요. 이렇게 어렵게 만났는데, 쉽게 도망가게 할 순 없죠…”
경성욱은 분해서 가슴이 절여왔다. “어디서 애가 생겼어? 절대 내 아이일리가 없어!”
백루루는 천천히 잔 안에 든 와인을 흔들며 “선생님 아이든 아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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