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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 그는 사람을 못 만난다

박수혁이 호흡이 순간 멈췄다. 주변의 공기가 마치 응결된 듯 한기가 스며들었다. 그는 눈을 부릅떴다. 그녀가 내세운 첫 번째 요구 사항이 설마 그 짝퉁을 위함이었나? 그는 입가를 핥았다. 그의 좁고 긴 눈동자에는 어두움이 서려있었다. 목 안이 어딘가 불편했다. “왜? 아쉬워?” 소은정: ”당연하지, 내가 꽂아준 사람인데.” 아직 채태현의 가치를 짜내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그에게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게 하겠는가 박수혁은 소은정을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방금의 그 상쾌함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치 하늘에서 내린 찬물 한 대야가 그의 머리 위에 쏟아진 것 같았다. 차가워 죽겠다! 하지만 그는 그저 그녀를 죽어라 노려볼 뿐 감히 한 마디도 더 묻지 못했다. 스스로 고생을 자초하고 스스로 얼굴에 먹칠한 것이다! 소은해는 헛기침을 했다. 자기가 여기 있는 것이 되게 불편한 것 같았다. 박수혁은 분명 소은정의 적수가 아니다. 그의 걱정은 전혀 필요가 없었다. 그는 일어나서 아무 핑계를 대고 나갔다. 가옥에는 두 사람만이 남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지만 먼저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소은정이 정말 침착해 보였다. 고작 이것도 못 버틴다고? 그녀는 그가 화내는 것도 두렵지 않았고 더욱이 그가 실망해서 떠나더라도 알 바가 아니었다. 그녀는 거기 앉아서 가볍게 미소 지었다. 눈빛은 똘망똘망 했고 전혀 잡생각은 없어 보였다. 박수혁은 패배를 인정했고, 눈을 내리깔고 웃다가 다소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나는?” 그는 너의 사람인데, 그럼 나는? 그녀는 방금 분명히 대답했다. 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이런 일은 오롯이 내 남편을 위해서만 할 거야, 넌 아니야" 라고 차갑게 말했다. 잊지마라, 방금 그녀는 단지 그에게 애인을 시켜준다고 했을 뿐이다! “게다가 우리들의 관계는,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하는 게 좋을 거야.” 그녀는 웃으며 한 마디 덧붙였다. “나는 사람을 못 만나?” 그는 눈시울이 붉히며 두 주먹을 꼭 쥐었다. 소은정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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