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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돈의 맛

소은정은 진작 박수혁의 전화번호와 SNS 계정 등 연락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차단해 버린 뒤였다. 그런데 성강희가 업로드한 사진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하다니. 새삼스레 이 바닥은 참 좁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수혁: 꿩 대신 닭 아니고? 박수혁의 도발에 성강희는 바로 답장으로 욕을 날렸지만 박수혁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성강희 얘 요즘 진짜 왜 이래? 그렇게 한가한가?” 소은정이 어이없다는 듯 눈을 흘겼다. “진심으로 널 좋아한다는 거겠지. 다들 진작 눈치채고 있었어. 이참에 받아주는 게 어때? 박수혁 그 자식 콧대도 콱 꺾어주고...” “친구끼리 연애하고 그러는 거 아니야. 그리고 내 성격 몰라? 강희한테 호감이 있었으면 내가 먼저 들이댔을 거야.” 한유라의 말을 가볍게 맞받아친 소은정이지만 성강희가 마음을 접을 수 있게 더 확실히 거절해야겠다는 생각에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래, 뭐. 네가 알아서 하겠지. 아, 아까 둘러봤는데 마음에 꼭 드는 목걸이 하나를 발견했어. 얼른 먹고 가보자.” 한유라는 고개를 끄덕인 뒤 화제를 돌렸고 소은정도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를 마친 후, 한유라와 소은정은 바로 매장으로 향했다. 한유라가 가리키는 목걸이는 액세서리에 별로 관심이 없는 소은정도 놀랄 만큼 아름다웠다. “이 목걸이는 유명 디자이너 파이어 씨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두 분 정말 안목이 좋으시네요. 한 번 착용해 보시겠어요?” 딱 봐도 귀티가 흐르는 두 사람의 모습에 직원도 바로 공손한 태도를 갖추었다. “네가 해봐.” 고개를 끄덕인 한유라가 소은정에게 말했다. 기념일마다 고급 브랜드 신제품 액세서리나 옷을 선물하는 오빠들 덕분에 쇼핑을 즐기지 않는 소은정이지만 집에는 항상 옷과 장신구들이 넘쳐났었다. 워낙 쇼핑을 즐기지 않는 데다 그럴 필요까지 사라졌으니 웬만해서는 매장을 찾지 않는 그녀였지만 쇼핑이라도 하며 짜증을 지워버리고 싶었던 소은정도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이때, 누군가의 비아냥거림이 그녀의 신경을 자극했다. “해보면 뭐해? 어차피 살 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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