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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뭐가 부끄러워요?

물론 남자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쑥스러운 기색 하나 없이 상의를 벗은 뒤 이런저런 포즈를 취했다. 남자의 행동에 당황한 소은정은 얼굴이 빨개져서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게 도대체...” “사람들의 여러 취향을 만족하는 맞춤형 로봇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여러 인체 샘플을 수집해야 해요.” 그제야 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소은정이 몰래 감탄하던 그때, 임춘식의 비서가 부랴부랴 달려와 그에게 속삭였다. 비서의 말에 표정이 굳은 임춘식이 말했다. “본부장님, 천천히 둘러보세요.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그의 말에 직원들이 우르르 모두 따라나갔다.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소은정은 품속에 안긴 아기 호랑이를 만지작거리며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바로 이때, 누군가 실험실로 들어왔다. 호랑이에게 눈이 팔린 소은정은 역시 인체 샘플 채취를 도와주기 위한 피실험자일 거라 생각하고 직원의 말투를 따라 했다. “벗으세요.” 최대한 아무 감정 없는 사무적인 말투, 그녀가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던 그때, 여전히 조용한 남자의 반응에 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일인지 다 알고 왔으면서 왜 그래요? 어차피 곧 끝나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그와 동시에 고개를 든 소은정은 충격에 잠겼다. 잘생긴 얼굴, 차가운 눈빛, 방금 전 실험실로 들어온 남자는 바로 박수혁이었다. 뭐야? 태한그룹은 며칠 뒤에 온다고 하지 않았나? 당황한 와중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소은정의 표정도 차갑게 굳었다.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은 그때, 임춘식이 달려왔다. “본부장님 그게... 오늘 박 대표님도 저희 회사를 방문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워낙 급하게 결정된 일이라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이때, 고개를 돌린 임춘식은 박수혁의 존재와 어색한 분위기를 눈치채고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아, 두 분 이미 만나셨군요... 제가 늦었습니다.” “옷을 벗는다니. 이게 무슨 소리죠?” 박수혁이 물었다. “아, 마침 잘 됐습니다. 박 대표님은 몸매도 완벽하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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