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13화 오해야
말을 마친 이상준은 손을 들어 문설아의 귓가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
문설아가 평소에 가장 좋아하는 다정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의 손길을 피했다.
이상준은 살짝 굳은 표정으로 그녀의 등 뒤를 살폈다.
소은정과 김하늘이 미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런 감정이 없는 냉랭한 시선, 마치 그의 가식을 꿰뚫어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이상준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소은정 씨도 여기 계셨네요. 어쩐지 우리 집사람 기분이 좋아 보이더라니, 말동무를 해주셔서 감사해요.”
소은정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
“설아는 동생 보러 왔어요. 우린 우연히 만났고요.”
이때, 표정을 수습한 문상아가 웃으며 다가왔다.
“역시 내 생각해 주는 사람은 언니밖에 없네. 나 응원해 주려고 온 거야?”
그러고는 웃으며 감독에게 다가가서 인사했다.
“감독님, 10분만 시간을 주시면 안 될까요? 언니가 저 응원하러 왔대요.”
“그래, 알았어!”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각자 할 일을 하러 가고 현장에는 그들만 남았다.
그들과 마주친 뒤로 문상아는 이상준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일부러 피하는 듯한 태도가 더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둘의 사이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딱히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문설아는 굳은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눈가가 촉촉해졌지만 그녀는 억지로 눈물을 참아냈다.
문상아와 이상준이 같이 차에서 내릴 때, 그녀는 뭔가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머리가 복잡했다.
문설아는 문상아를 무시하고 고개를 들어 이상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해외 출장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 말에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소은정과 김하늘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해외에 있어야 할 사람이 처제와 함께 촬영현장에 나타난 것이다.
어떤 이유를 대든 뻔히 보이는 거짓말이다.
이상준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그는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했지만 문설아가 비웃음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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