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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9화 유일한 존재

모두의 시선이 쏠리고 전동하가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박상훈은 박수혁의 아버지 박봉원의 사촌동생입니다. 박씨 일가 사람이란 말이죠.” 전동하의 말은 마지막 남은 희망까지 산산조각내버렸다. 박씨 일가와 전씨 일가... 현대판 몬테규 가문과 캐퓰릿 가문에 버금가는 앙숙, 박상훈이 소찬식을 구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설 리가 없었다. 희망 뒤에 온 절망이라 왠지 더 무겁게 느껴졌다. 이때 다혈질은 소은해가 벌떡 일어섰다. “내가 직접 가서 납치를 하든 협박을 하든 데리고 올게.” 소찬식의 목숨이 달린 일, 게다가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마음이 급해질만도 했다. “소은해, 정신차려. 네가 그 의사를 납치해 온다고 쳐. 그 사람이 제대로 수술을 해줄 것 같아? 수술 중의 작은 실수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너 그 사람한테 아버지 맡길 수 있겠어?” 굳은 표정의 소은호가 동생을 나무랐다. 한편, 전동하의 눈치를 살피던 소은정이 눈을 질끈 감았다. “박수혁이라면... 그 사람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몰라.” 지금 박수혁은 아직 소은정에게 마음의 빚을 가진 상태, 그 죄책감을 이용한다면 박상훈을 설득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박수혁과 모든 관계를 끊어내겠다고 말한 게 겨우 얼마 전, 이렇게 다시 먼저 굽히고 들어가는 게 마음에 걸렸다. 잠깐의 정적을 깬 건 소은호의 깊은 한숨이었다. “내가 연락할게. 일단은 아버지부터 살리는 게 중요한 거잖아? 그쪽에서 무슨 조건을 제시하든 최대한 들어주는 수밖에.” 말을 마친 소은호가 바로 돌아섰다. 소은정이 나서서 부탁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겠지만 이렇게나마 소은정을 지키는 게 소은호의 마지막 마지노선이었다. 잠시 후, 소찬식이 의식을 회복했다는 소식에 소은정은 부랴부랴 병실로 달려가고... 역시 그 뒤를 따르려던 소은해는 멍하니 의자에 앉아있는 전동하를 힐끗 바라보았다. 다른 건 몰라도 남자 복은 유난히 안 따라주던 동생이 처음으로 제대로 된 남자를 데리고 왔다. 이번 일로 두 사람 사이에 금이라도 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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