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7화 너에게 어울릴만한 사람
전동하의 입가에 슬픈 미소가 걸렸다.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에 전동하가 고개를 들었다.
머리가 잔뜩 젖은 채 목욕 가운을 걸치고 있는 소은정이 그의 앞에 서 있었다.
조용히 그를 바라보는 소은정의 눈동자에는 안쓰러움으로 가득했다.
왜 굳이 과거를 알고 싶다고 말했을까...
소은정은 뒤늦게 죄책감이 밀려왔다.
나 때문에... 그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다시 꺼내게 만들었다.
사뿐사뿐 전동하의 앞까지 걸어간 소은정이 손을 뻗어 그의 뺨을 만지작거렸다.
“미안해요. 정말 잊고 싶은 기억이었을 텐데... 나 때문에 괜히.”
진실은 본디 잔인한 법이야. 하지만 이렇게 불행했을 것이라곤 미처 예상치 못했어.
붉은 눈시울로 소은정을 바라보던 전동하가 그녀를 와락 품에 끌어안았다.
규칙적으로 들리는 심장소리마저 슬프게 느껴지고 소은정의 눈물이 뺨을 적셨다.
“어떻게 이렇게 잘 자랐어요?”
물질적으로 유복한 집안에서 사랑받고 자라지 못한 사생아가 엇나가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다. 그 주위에는 아이가 타락하길 바라는 못된 어른들로 가득할 테니까.
하지만 전동하는 탈선하지도 가문의 권세에 의지하지도 않았다.
힘들지만 자기 힘으로 모든 걸 이뤄냈고 마이크에게도 누구보다 좋은 아버지가 되고 있다.
얼마나 강하면 이렇게 자랄 수 있을까?
소은정의 어깨에 머리를 묻은 전동하가 소은정의 말을 되새겼다.
그러게,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더라 기억도 나지 않네...
“어쩌면 당신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그 동안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는지 모르겠어요.”
소은정의 존재는 그의 모든 인내와 노력에 의미를 부여해 주었다.
이 세상의 더러운 것들과 어울리지 않는 순수하고 깨끗한 사람이었으니까.
벌레들이 밝은 빛에 꼬이 듯 전동하도 그런 고결한 빛에 이끌려 소은정에게 다가갔을지도 모른다.
살짝 훌쩍이던 소은정이 전동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이렇게 내 옆에 있어요. 영원히.”
아마 전동하가 지금까지 보여준 친절함은 전부 가식이었다고 말했어도 소은정은 기꺼이 용서했을 것이다.
그 정도 가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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