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6화 납치해
헉, 내가 언제 잠들었지?
그녀를 향해 싱긋 미소 짓던 전동하가 차문을 닫고 운전석에 탔다.
“집에 데려다줄게요. 마이크는... 아마 곧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소은정은 별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이크가 걱정되긴 했지만 일단 씻고 옷을 갈아입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오피스텔 앞에 도착한 소은정은 비틀거리며 엘리베이터에 탔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욕조에 몸을 담그니 조금 정신이 맑아지는 듯했다.
참, 어제 박수혁도 왔었지? 설마... 이 일에 박수혁도 연루되어 있는 걸까? 전화라도 해봐야겠어.
소은정이 욕조에서 일어나려던 그때 거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누구지?
소은정이 잔뜩 경계하던 그때, 전동하의 목소리가 욕실로 흘러들었다.
“은정 씨, 내 목소리 들려요?”
어? 동하 씨? 아직도 안 갔나?
아까는 너무 졸려 뒤에 사람이 들어오는지도 몰랐던 소은정이었다.
“네.”
소은정의 대답에 전동하가 말을 이어갔다.
“살다 보니까 정말 잊고 싶지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일도 생기더라고요. 전기섭이 한국에 온 건... 아마 내가 영원히 고통속에서 살아가길 바랐기 때문이었겠죠. 그런 의미에서 전기섭은 완벽하게 성공했어요.”
부드럽던 전동하의 목소리가 조금 쉬어있었다.
밤샘으로 피곤함 때문인지 끔찍한 과거에 대한 회상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때 전동하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은정 씨한테 말하지 않은 건... 은정 씨가 겁 먹고 도망갈까 봐 무서웠어요. 언젠가 은정 씨가 정말 나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때 말해 주려고 했어요. 그럼 적어도 바로 날 떠나진 않을 테니까.”
전동하는 솔직하게 자신의 사심을 밝혔다.
사랑으로 그녀를 묶어두는 게 전동하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으니까.
전동하가 거실 벽에 몸을 기댔다.
굳이 이때 과거 이야기를 하는 이유도 단순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소은정이 충격을 먹거나 그를 혐오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 눈빛을 바라보는 건 아마...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울 테니까.
“엄마는 처음에 아버지가 유부남인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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