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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4장

그녀가 안방에서 나왔을 때 경소경은 이미 떠났다. 그녀는 영혼이 나간 나무인형처럼 소파에 앉아 방금 전화한 남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만나고 싶어요.’   오후 3시, 남자는 시간 맞춰 그녀의 집에 나타났고, 경소경만큼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훤칠하고 잘생겨서 사람들에게 주목받을 만한 외모였다.   안야는 이 남자와 몇 번 밖에 안 만나봤고, 그 중 3번은 임신 때문에 그런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 외는 진몽요와 예군작과 식사를 할 때였고, 이 남자는 아택이었다.   그는 뱃속에 있는 아이의 아빠였지만 아직 낯선 사람이라 어색했다. “그… 제가 이 아이를 지우고 경소경씨에게 자백해도 될까요? 더 못 하겠어요, 분명 절 받아주지 않을 거고 저도 이미 지쳤어요.”   아택은 무표정으로 그녀를 보며 “진짜 못 하겠으면 나도 강요는 안 해요. 근데 잘 생각해요,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지. 처음에 이미 얘기가 다 끝났는데 말을 바꾸면 나도 곤란하죠. 그쪽도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고요.”   안야는 확실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아무런 보상도 필요없어요. 후폭풍은 제가 감당할게요. 예군작씨가 진몽요씨의 마음을 얻는 건 어렵지 않지만, 제가 경소경씨의 마음을 얻는 건 불가능해요. 평생 불가능해요. 저는 저조차도 싫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아택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이미 결정한 거 같으니 그렇게 하시죠.” 그는 이때 핸드폰을 꺼내 예군작과의 전화를 끊고 말했다. “미쳤어요? 당신 이런 식으면 죽을 거 몰라서 이래요? 이렇게 바보 같은 여자는 처음 보네요. 처음부터 시작을 말든가 끝까지 가든가 했어야죠!”   안야는 이해하지 못 했다. “왜… 왜요? 제가 왜 죽어요? 저는 그냥 그만하고 싶을 뿐이에요, 그쪽 얘기도 절대 안 할 거예요.”   아택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당신이 비밀을 지켜준다는 걸 예군작이 믿을 것 같아요? 당신은 그 사람을 몰라요. 영원히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그 분은 당신이 입을 평생 다 물게 만들 거예요. 내가 아이 아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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