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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1장

”띠리리링...” 벨소리가 계속 울려 퍼졌고 남연풍과 강자풍은 유선전화기를 바라보며 서로 눈빛을 마주쳤다. 잠시 후 남연풍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전화기를 들었다. 그녀가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연풍 바꿔줘.” 고승겸은 명령하듯 말했다. 전화기를 쥐고 있던 남연풍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말 안 들려? 남연풍 바꾸라니까. 남연풍이 거기에 있는 거 다 알아.” 고승겸이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재촉했다. 순간 고승겸도 뭔가 눈치를 챈 듯 조심스럽게 내뱉었다. “남연풍?” “그래, 나야.” 남연풍은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대답했다. “고승겸, 무슨 일로 전화한 거야?” “내가 말하고 싶은 말이야. 내가 곧 우리 아이를 죽인 사람에게 복수를 하게 될 거라는 거야.” 고승겸의 음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말투에는 뭔가 음침한 분위기가 풍겨 나왔다. 남연풍의 심장이 불안하게 뛰기 시작했다. “고승겸, 그게 무슨 소리야? 당신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조금 있으면 다 알게 되겠지만 그전에 당신 나를 잠깐 만나야겠어.” 고승겸에게 연락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고승겸이 먼저 만나자는 제안을 하자 남연풍은 서슴지 않고 바로 응했다. 그러나 만나기로 한 장소와 시간을 말한 뒤 남연풍의 마음이 왠지 씁쓸하고 공허했다. 그에 대한 기대감과 희망이 모두 사라진 상실감 때문인지 그녀의 마음은 온통 공허함에 사로잡혔다. 고승겸은 남연풍과의 통화를 마친 후 다시 기모진과 소만리가 갇혀 있는 지하실로 돌아갔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빵과 물을 수조 속에 던졌고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이승에서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두 부부가 배불리 먹고 저승길 갈 수 있도록은 해 줘야지.” 이 말인즉슨 결국 고승겸은 기모진과 소만리의 목숨을 끊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모진과 소만리는 당황하거나 겁먹거나 하지 않았다. 고승겸도 그들이 이런 일로 불안해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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