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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장

고승겸은 노발대발하며 전화를 끊었다. 남연풍은 그가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전화기 너머의 사람이 누구인지도 몰랐다. 고승겸이 그녀를 F국으로 데려왔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결코 추적을 피해서 온 것이 아니었다. 분명 무슨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고승겸은 전화를 마치고 핸드폰을 소파에 아무렇게나 던졌다. 그는 양미간을 잔뜩 찌푸렸고 안색도 매우 나빠 보였다. 잠시 후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몇 분 동안 자신의 감정을 가다듬은 후에야 베란다로 나왔다. 남연풍은 고승겸을 향해 얼굴조차 돌리지 않았다. 고승겸은 지금 남연풍이 왜 자신을 이렇게 대하는지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서운해하지도 않았다. 사실 남연풍의 마음속에 여전히 자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고승겸은 너무도 잘 느끼고 있었다. “난 지금 나가서 필요한 생필품을 좀 사 올 테니까 당신은 여기 있어. 아무 데도 가지 말고.” 고승겸은 남연풍이 아무 데도 나가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당부했다. 남연풍은 스스로 자조하며 말했다. “하반신이 마비가 된 장애인이 어디 나가서 물놀이라도 할 줄 알아?” 이 말을 듣던 고승겸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남연풍이 일부러 자신을 향해 이렇게 쏘아붙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남연풍의 말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남연풍에게 다가갔다. 남연풍은 고승겸이 다가와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생기를 잃은 사람의 탈을 쓴 인형 같았다. 고승겸은 남연풍을 그대로 안고 침대로 데려가 이불을 살짝 덮어주었다. “곧 돌아올게.” 그는 곧장 돌아서서 집을 나섰다. 남연풍은 현관 쪽을 바라보며 한동안 초점 없이 멍하니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녀는 고승겸이 생필품을 사는 그런 간단한 일로 집을 나서는 것이 아님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결코 그런 간단한 일로 나간 것이 아닐 것이다. ... 오후가 되자 햇빛이 더욱 맑고 화창한 날씨가 되었다. 모처럼 날씨가 너무나 좋았다. 강자풍은 기여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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