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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장

남연풍은 고승겸이 다른 여자와 함께 있던 장면을 떠올릴 수조차 없었다. 생각만 해도 그녀는 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토하고 싶어도 토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남연풍은 초요가 자신을 걱정하지 않게 하기 위해 재빨리 자신의 감정을 추스른 뒤 휠체어를 조종하며 나왔다. 초요는 남연풍의 얼굴이 여전히 창백한 모습을 보이자 그녀를 설득했다. “그냥 우리 집으로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아직 일러. 밖에 나가 바람 좀 쐬고 싶어.” 남연풍은 복도 끝 베란다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 혼자 가도 돼.” 남연풍이 지금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초요도 더는 그녀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남연풍이 베란다 쪽으로 가고 있는 걸 보고 있는데 마침 초요의 핸드폰이 울렸다. 남사택의 전화였다. 아마도 이쪽 상황이 걱정되고 궁금해서 걸었을 것이다. 초요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받았다. 남연풍은 혼자 베란다로 나왔다. 어둠으로 덮인 밤하늘에 별들이 총총히 박혀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밝은 별이라도 그녀의 어두운 마음을 환하게 밝혀줄 수는 없는 것 같았다. “허.” 남연풍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 “남연풍, 그동안 대체 무슨 어리석은 짓을 한 거야?” 그녀는 스스로에게 물었고 그러고 나니 자신의 처지가 더욱 우스웠다. “널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위해 넌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거야?” “그래,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위해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남연풍, 아직도 모르겠어?”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 비웃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연풍은 문득 정신이 번뜩 들었다. 휠체어를 돌리자마자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안나의 모습이 보였다. 남연풍의 자신의 이런 모습을 안나에게 들킬 줄은 몰랐기 때문에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사람 잘못 봤어요.” 남연풍은 부인했다. “난 당신이 말한 그 사람이 아닙니다.” 남연풍은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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