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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장

”당신 일부러 그랬어? 당신 동생 놓아주려고?” 고승겸이 차갑게 물었다. 그의 눈가에 도사리고 있는 서슬퍼런 기운이 남연풍을 옥죄듯 에워쌌다. “내가? 콜록. 콜록콜록. 내가 왜 남사택을 놔주겠어?” 남연풍은 연신 기침을 하면서 고승겸의 물음에 대답했다. “부모님은 걔 때문에 나를 무시하고 홀대했어. 내 앞날을 위해 외국으로 보낸다는 건 다 핑계였어. 사실은 그저 소중한 그들의 아들을 더 잘 키우고 싶었던 거지. 흥.” 남연풍은 남사택이 떠나는 쪽을 향해 냉소를 흘렸다. “어디 한번 보자구. 그들의 귀하고 소중한 아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 말을 하면서 남연풍은 내내 이를 갈았다. 그러나 눈물이 그렁그렁한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아버지가 직접 쓰신 수첩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고승겸은 남연풍이 하는 말을 들으며 그녀의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보았다. 고승겸의 마음도 먹먹해졌다. 그는 갑자기 몸을 구부려 땅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는 남연풍을 번쩍 들어 안았다. 그렇게도 바라고 바라던 순간이었지만 고승겸의 품에 안겨 있는 이 순간을 남연풍은 감히 기대도 하지 못했다. ... 병원. 기모진이 병실로 돌아온 것은 이미 밤이 깊은 시각이었다. 소만리는 진정제를 맞았지만 이불 속으로 스며드는 추위에 온몸이 움츠러들어 벌벌 떨고 있었다. 기모진은 너무나 마음이 아팠지만 같이 마음 아파해 주는 것 외에는 그녀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만약 가능하다면 소만리를 대신해 이 모든 고통을 감내하고 싶었다. 고승겸의 집을 떠나오는 길에 남사택은 기모진으로부터 소만리의 현재 증상에 대해 들었다. 남사택은 우선 집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좀 챙긴 뒤에 기모진을 따라 병원에 왔다. 그는 소만리의 상태를 간단히 확인한 뒤 자신이 가져온 시약을 주사했다. 주사를 맞은 후에도 소만리는 여전히 가슴이 아프고 오한이 났으나 10여 분쯤 지나자 소만리의 안색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초요는 독소에 시달리는 소만리를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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