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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6장

소만리는 자연스럽게 이런 말을 했지만 기모진의 마음은 오히려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는 일찍이 자신이 저지른 정당하지 못한 행동들을 떠올리며 여전히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기모진을 가장 사랑하는 남자로 여기며 그 신념에 충실해 왔지만 그는 그녀의 신분을 인정해 주지 않는 태도조차 보였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기모진은 심리적인 탓인지 갑자기 심장이 욱신욱신 쑤시는 것 같았고 곧이어 데자뷔 같은 둔탁함이 심장을 조여오더니 급기야는 숨쉬기조차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소만리는 기모진의 얼굴빛이 변하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그의 손을 꽉 잡아 주었다. “모진, 왜 그래?” 기모진은 소만리에게 괜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밀려오는 고통을 부인하고 싶었지만 숨이 막혀 한 마디도 할 힘이 나지 않았다. 갈수록 나빠지는 기모진의 얼굴을 보며 소만리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모진, 당신 도대체 왜 그래? 말해봐. 어디가 불편한 거야?” 소만리는 횡설수설하며 기모진의 얼굴을 살폈다. 그녀의 눈동자는 알 수 없는 공포로 벌겋게 달아올랐다. “독소, 독소가 또 발작을 일으킨 것 같은데...” 기모진은 더 이상 소만리에게 숨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독소?” 소만리의 눈동자가 움츠려 들었다. 기모진의 몸에 남아 있는 독소가 지금 발작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다행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모진, 걱정하지 마. 나 해독제 가져왔어! 남사택이 나한테 준 그 해독제!” 기모진은 깜짝 놀라며 화장실로 달려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았다. 소만리가 해독제를 들고 다닐 줄은 몰랐다. 아니다. 이건 좀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다. 기모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머릿속에서 전깃불이 번쩍 켜지듯 뭔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설마 소만리가 일부러 고승겸을 따라 스스로의 의지로 산비아로 온 것이 아닐까? 비행기를 타기 전부터 소만리는 이미 정신이 다 회복되었던 것이다. 기모진가 이런 결론에 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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