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7장
경연의 눈빛은 더없이 온화했다. 더 이상 음흉하고 교활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소만리는 왠지 이런 경연의 모습이 꺼림칙했다.
“뭐라고? 뭘 바란다고?”
경연은 어깨를 감싼 상처를 보고 손을 뻗어 소만리의 손을 잡아당기려 했지만 예상대로 소만리는 그의 손을 피하며 말했다.
“도대체 나한테 뭘 바란다는 거야?”
그녀는 직설적으로 물었다.
경연은 자조하듯 고민하며 웃었다.
“곧 알게 될 거야.”
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마치고 천천히 일어나 불안과 알 수 없는 찝찝함에 가득 찬 소만리의 눈빛을 마주 보고 갑자기 정색을 하며 입을 열었다.
“소만리, 당신이 내가 바라는 걸 다 해주면 내가 직접 기모진한테 데려다줄게.”
소만리는 눈을 크게 떴다. 분명히 경연의 말을 믿을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기모진이 차를 불러 경연의 차를 뒤쫓았지만 교차로를 지날 때 경연과 소만리가 탄 차를 놓쳐버렸다.
그는 CCTV를 조사해 본 후 결국 그들의 차가 아주 낡고 작은 집으로 갔다는 걸 알고 찾아갔다.
그러나 기모진이 도착하자 이미 그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기모진은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소만리의 이름을 불렀다.
기모진은 어디선가 소만리가 대답하기를 기대했지만 그의 부름에 돌아오는 건 고요한 침묵뿐이었다.
단서를 찾던 기모진은 테이블 위에서 의료용 상자와 사용하던 면봉, 피 묻은 거즈를 보았다.
기모진은 이곳에 틀림없이 경연이 머물렀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도대체 경연이 어디로 소만리를 데리고 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차로 돌아와 약간 의기소침한 듯 의자에 머리를 기댔다.
기모진, 너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눈앞에서 소만리가 경연에게 끌려가게 하다니!
말끝마다 소만리를 보호한다고 큰소리치더니 그 결과가 이거야?
넌 또다시 소만리를 위험한 상황에 빠뜨렸어.
마음속에서 끝없이 밀려드는 자책과 후회로 기모진은 수없이 자신을 꾸짖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자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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