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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4장

자신이 그녀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경연에게 이렇게 호되게 시달린 것이다. “내일. 내일 내가 당신 데리고 가서 기모진 기다리게 해 줄게.” 잠시 그녀를 속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내일, 그는 그녀를 데리고 경도로 돌아간다. 이곳은 어쨌든 Y 국이라 자신들의 고향만큼 편하지가 않았다. 땅거미가 지고 어두워지자 기모진은 손수 풍성한 저녁상을 차렸고 소만리는 아주 만족스럽게 저녁을 먹었다. 전처럼 그를 거부하지도 않았고 그가 발라준 새우도 먹고 싶어 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기모진은 지금 그녀의 기분 상태가 아주 좋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그녀는 너무나 많은 괴로움과 아픔을 겪었고 행복한 날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는 문득 그녀가 이렇게 아무 걱정 없이 심지어 어린아이처럼 유치하게 변했다 할지라도 한동안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랐다. 밤이 되자 기모진은 소만리를 욕실로 보내 목욕을 하라고 일렀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소만리의 잠자리를 봐주었다. 방 안에 놓인 유일한 더블 침대 하나를 보면서 기모진은 잠시 멍해졌다. 만약 소만리의 정신 상태가 온전했더라면 당연히 그를 거부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기모진은 아마도 소만리가 그를 침대에서 걷어차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걷어차? 그는 문득 소만리의 다친 발바닥이 떠올라 재빨리 욕실 문으로 다가왔다. “소만리, 당신 몸에 물이 닿으면 안 되는 상처가 몇 군데 있던데 내가 들어가서 도와줄까?” 기모진은 걱정스러운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나 소만리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고 떨어지는 물소리만 들렸다. “소만리.” 그가 또 한 번 불렀지만 여전히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기모진은 마음이 급해졌다. 혹시나 소만리가 욕실 바닥에 쓰러지지나 않았을까 걱정이 되어 욕실 문을 활짝 열고 바로 뛰어 들어갔다. 몸을 닦던 소만리는 인기척이 들려 고개를 돌렸는데 잔뜩 긴장한 기모진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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