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5장
기모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잠시 후 소만리가 다시 그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거기 없어?”
이번에는 샤워기 물소리도 나지 않아 그녀의 목소리는 더욱 또렷했다.
“문 앞에서 지키고 있겠다더니 이젠 아무 소리도 없네. 거짓말쟁이.”
원망 섞인 소만리의 목소리가 기모진의 귓가에 떨어졌다.
그는 거짓말쟁이로 낙인이 찍혔는데도 기분이 이렇게 유쾌할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바로 욕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소만리는 이미 목욕을 마치고 목욕가운을 걸치고 욕조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욕실에는 아직 걷히지 못한 안개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있었다.
그 희미한 물안개 아래 소만리의 박꽃 같은 하얀 얼굴에 물방울이 점점이 맺혀 있는 모습이 마치 진흙 속에 피어오른 영롱한 연꽃 같았다.
설렘이 없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기모진은 끓어오르는 감정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소만리는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기모진을 보고 천천히 발을 내밀었다.
“상처에서 피가 나. 거즈 좀 감아줄 수 있어?”
그녀는 기모진에게 방금 욕실에 난입한 일을 따지지 않았고 오히려 차분하게 말했다.
그는 얼른 허리를 굽혀 그녀의 발을 살짝 들어 올려 상처를 감싸고 있던 젖은 거즈를 풀었다.
거즈에 이미 핏빛이 감돌고 있었다.
그는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소만리의 허리를 안아 올려 밖으로 나갔다.
소만리는 그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본능적으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녀가 화난 표정으로 눈을 들어 그를 꾸짖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강직한 아래턱과 조각처럼 선명한 얼굴선을 보고 약간 정신이 멍해졌다.
이 각도, 이 얼굴선. 이미 그녀가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
소만리의 얼굴에 있던 화난 기운은 순식간에 흩어졌고 그녀의 두 손은 자기도 모르게 점점 더 세게 그를 끌어안았다.
기모진은 소만리를 침대로 데리고 가서 작은 약 상자를 가져와 소만리의 상처를 소독하고 다시 싸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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