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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2장

그러나 소만리가 완전히 그를 무시하고 길을 양보할 의사가 없는 것처럼 보이자 이 남자는 급히 오토바이를 돌리다가 나무에 부딪혀 허둥대며 땅에 넘어지고 말았다. 누군가가 갑자기 앞에서 넘어지는 것을 본 소만리는 그제야 걸음을 멈추었다. 남자는 아프게 비명을 지르며 앞에 서 있는 소만리를 올려다보며 흉악한 표정으로 입을 벌려 욕을 했다. “비키라고 한 말 안 들려! 생긴 건 예쁘장하게 생겼고만 귀는 먹었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 넘어뜨려 다치게 해!” “누구랑 얘기하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해 봐!” 기모진이 앞으로 나와 소만리를 뒤로 보호하며 나섰다. 그 음험하고 살벌한 눈빛에 기가 눌린 남자는 벌벌 떨며 기모진을 바라보았다. 기모진은 몸을 구부리고 손을 뻗어 남자의 옷자락을 잡아당겼고 얼음장처럼 차갑게 경고했다. “사람이 다니는 보도를 역주행하면서 어디 남 탓을 해! 당장 내 아내한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일어설 생각하지 마.” 그러지 않아도 가슴속에 분노로 가득 차 있던 기모진은 딱히 발산할 곳도 없었는데 마침 이 남자가 제 발로 먹잇감이 되려고 나타난 형국이었다. 남자는 지금까지 이런 매서운 눈빛을 본 적이 없었다. 온몸이 벌벌 떨린 채 전전긍긍하며 바로 소만리에게 사과했다. “죄, 죄송합니다! 내가 잘못했어요. 죄송합니다!” 그는 횡설수설하며 연거푸 사과했다. 기모진은 남자의 옷자락을 잡고 있던 손을 홱 뿌리쳤고 호된 기세로 내쫓았다. “꺼져.” 그 남자는 1초라도 더 지체하면 기모진의 눈빛에 질식할 것 같아서 얼른 일어나 오토바이를 타고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났다. 멱살을 얼마나 세게 잡았던지 이 남자가 뒤꽁무니를 뺀 후에도 여전히 기모진의 손가락 마디마디가 절절할 정도였다. 소만리가 경연에게 내몰려 이렇게 괴롭힘을 당했을 것을 생각하니 기모진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이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부드러운 웃음을 띠고 소만리를 향해 돌아보았다. 그러나 돌아선 그의 눈에 소만리가 보이지 않았다! 허둥지둥 주위를 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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