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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3장

소만리는 경연을 한번 힐끔 보았다. 마치 자신의 감정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단단히 잡아당긴 듯 긴장감이 온몸을 에워쌌다. 그녀는 몇 발짝 떨어져 있는 대문을 보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 순간 어떤 상황이 눈앞에 펼쳐질지 예상하며 소만리의 심장은 더욱더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 현관에 도착하니 안에서 물 따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꿈에서나 보았던 그리던 그 얼굴이 그녀의 눈동자에 비쳤다. 소만리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은 빛으로 타올랐고 그녀는 현기증이 난 듯 문설주를 짚으며 말했다. “아빠...” 모현이 물 잔을 들었을 때 누군가가 아빠라고 부르는 것 같은 어렴풋한 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현관 쪽을 무심코 바라보던 그가 문 옆에 서 있던 소만리를 보았고 두 눈을 크게 뜨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모현이 들고 있던 물 잔을 떨어뜨렸다. “쨍그랑!” 유리잔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안방에서 이 소리를 듣고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사화정이 달려 나왔다. “무슨 일이에요? 여보, 무슨 일이야?” 모현은 급히 사화정의 손을 잡고 문간에서 천천히 들어오는 소만리를 향해 더욱 붉어진 두 눈을 적셨다. “여보, 누가 왔는지 봐? 당신이 밤낮으로 오매불망 그리던 우리 귀한 딸이 왔어!” 모현의 떨리는 목소리가 사화정의 귓가를 울렸다. 사화정은 모현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가 문설주에 기대어 있는 소만리를 본 후 그 자리에 굳어진 사람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소만리를 바라보았다. 눈시울이 뜨거워진 소만리는 빠른 걸음으로 한달음에 달려와 사화정과 모현의 품에 안겼다. “엄마! 아빠! 진짜? 꿈꾸는 거 아니고 진짜야?” 모현은 손을 들어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손으로 소만리의 뺨을 어루만졌다 “소만리, 우리 딸. 꿈꾸는 거 아니야. 엄마 아빠 여기 다 있어.” 모현은 눈시울을 붉히며 참았던 감정들을 모두 쏟아내었다. 한 번 눈물이 쏟아지자 걷잡을 수 없이 눈물샘이 터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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