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장
온연은 반사적으로 그를 피해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가 또 술 주정을 부릴까 무서워 이 악물고 가만히 있었다. 그가 빨리 곯아떨어지길 기도하며….
그녀는 숨을 죽였다. 빨개진 얼굴이 열나는 것처럼 뜨거워졌다. 못 참겠는지 그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목정침…"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그가 대답했다. "으응.."
"일찍 쉬세요…얼른 주무세요…" 그녀는 감히 다른 말은 하지 못했다. 그 말을 하는 말투도 조심스러웠다.
그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시선을 맞추었다. 술에 취해 흐릿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한테서 벗어나고 싶어 했잖아. 기회를 줄게…"
목정침은 잊지 않고 방안의 불을 껐다. 순식간에 방안에 어둠이 드리워졌다. 그녀는 자신의 몸 위에 휘몰아치는 검은 그림자를 겁에 질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술 냄새와 점점 힘이 들어가는 그의 손이 그녀를 도망치고 싶게 만들었다. 무심결에 그녀가 그를 거세게 밀쳐버렸다. 재빨리 그에게서 도망쳐 침대를 내려왔다. 침대 끝에서 잠옷을 여미며 그녀가 말했다. "취하셨어요! 얼른 쉬세요…"
어둠 속에서 목정침은 점점 제정신을 찾았다. 그의 얼굴도 점점 냉랭해졌다. "허… 심개가 만졌을 때 이렇게 거부했나?"
온연의 몸이 얼어버렸다. 그녀는 삼 년 전의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어떻게 심개를 마주했는지 그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목정침이 이 일을 묻고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것만 분명했다.
설사 그가 그녀를 안았다고 해도…설사…그녀는 목정침과 영원히 함께 할 의향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일이 그들의 심장에 가시처럼 박혀있었다. 빼려고 해도 빠지지 않고 계속해서 통증을 일으키며.
적막의 끝에 한차례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화풀이를 끝낸 목정침이 어지러운 방을 두고 서재로 들어갔다.
온연은 침대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씨 아주머니는 한숨을 쉬며 방을 치우고 있었다. "연아, 너랑 도련님 말이야. 우리랑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만, 근데…너네 이러다가 어쩌려고 그래. 하고 싶은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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