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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화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준성이 노기 띤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이 망할 놈의 자식! 대체 또 무슨 짓을 저질렀길래 외삼촌한테도 밉보였냐? 이제 진영그룹에서 자금을 철수한단다! 당장 기어들어 와!” ****** 다음 날 아침, 여름은 양유진의 전화를 받았다. “같이 식사하고 싶은데 시간 있으신가요? 별장 문제로 상의 좀 하고 싶은데요.” “알겠습니다.” “식당 위치를 모를 테니 제가 모시러 가겠습니다.” 양유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름은 양유진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12시 정각에 양유진의 차가 1층에 나타났다. 여름이 앉자 양유진이 밀크티를 건넸다. “미안해요. 어제 그런 일을 당하게 해서.” 밀크티는 딱히 비싼 것도 아니었으므로 여름은 거절하지 않고 받아 들었다. “측근에게 뒤통수를 맞아서 마음이 안 좋으시겠어요.” “여름 씨 일 처리 정말 현명했습니다. 선우에게 너무 실망했어요. 전에는 그런 애가 아니었는데….” 눈에는 한선우에 대한 괴로움도 담겨있었지만, 한편으로 여름을 향한 칭찬도 참을 수 없었다. 여름은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한때는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가? 따스한 햇살 같기만 했던 어린 시절의 소꿉친구가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양유진이 차를 몰았다. “우리 진영과 한주의 업무협업도 모두 취소했습니다. “선우 오빠에게 적잖이 타격이 되겠는데요?” 여름은 한숨을 쉬었다. 한선우가 그렇게나 원하던 한주그룹의 후계자 자리도 불안해졌을 터였다. 갑자기 서글퍼졌다. 돌고 돌았지만 결국 뜻밖에도 여름의 쓰레기 같은 전 남친을 손봐 준 것은 진짜로 외삼촌이 되고 말았다. 최하준이 아니라. 한선우가 한주그룹을 계승하지 못하게 되어도 강여경이 그와 함께할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강여경이 한선우를 차버리고 다른 상대를 잡아버린다면 얼마나 흥미로울까. “기분이 좋지 않아요?” 내내 여름이 한숨을 쉬다가 곧 울 것 같은 표정이 되다가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너무나 귀여웠다. “좋기는 한데 아마도 어머님께서 또 찾아와서 부탁하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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