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8화
“웃기시네. 당신 그 알량한 음식 솜씨로 이걸 다 만들었다고?”
여름이 콧방귀를 뀌었다.
“정말 내가 한 거야. 내가 며칠을 배운 건지 알아? 앞으로는 내가 당신한테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 줄게. 이거 봐. 요리 배우느라고 내 손이….”
하준이 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매끈하던 손가락 곳곳에 칼에 베인 상처가 보였다.
“아포.”
기다란 눈썹이 깜빡거리는 그 잘생긴 얼굴에 넘어가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여름은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
“다 큰 어른이 ‘아포’가 다 뭐야? 부끄럽지도 않아? 유진 씨는 안 그런다고.”
“……”
하준의 마음이 ‘유진’ 두 글자 앞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여름은 굳어진 하준의 얼굴은 나 몰라라 하고 그냥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하준은 미워도 배는 고팠다. 밥을 굶으면 앞으로 버틸 힘도 없다.
“맛있지?”
하준은 지치지 않고 기대에 차서 물었다.
여름은 담담히 하준을 한번 흘겨봤다.
“별로. 우리 유진 씨가 해준 것처럼 맛있지 않네.”
“……”
하준이 험한 얼굴로 경고했다.
“당신 입에서 다시는 양유진 이름 나오는 거 듣고 싶지 않은데.”
“내가 말하면 어쩔 건데?”
여름이 냉랭하게 말을 이었다.
“뭐? 또 날 해치시게? 그거 봐. 당신의 약속 따위 믿을 수 없다니까.”
하준은 어금니를 꽉 물었다. 이제 여름인 자신의 약점을 꽉 틀어쥐고 있었다.
“다시는 당신을 다치게 하지 않아.”
하준의 시선이 여름의 촉촉한 입술에 떨어졌다.
“하지만 계속 양유진을 찾아대면 당신 입을 막아버리는 수밖에 없지.”
그러더니 여름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하준이 훅 들어와 입맞춤으로 여름의 입을 막아버렸다.
막 우유를 먹던 참이라 입에서 고소한 우유 맛이 났다.
처음에는 그저 입을 막을 생각뿐이었는데 도저히 욕망을 조절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여름은 힘껏 하준을 밀쳐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여름은 화가 나서 하준의 등에 손톱을 박아넣었다.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뒤이어 더 강렬한 키스가 내리눌렀다.
질식하고 나서야 끝날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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