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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7화

백윤택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화를 냈다. “최 회장도 너무하네. 네가 죽을뻔했는데, 꿈쩍도 않다니. 야, 이제 네 자살소동에 저쪽에서도 다들 질린 거 아니냐?” “시끄러워.” 백지안이 매섭게 노려봤다. “나는 뭐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아냐? 최 회장이 전화도 안 받고 코빼기도 안 보이잖아. 하준이가 난 육민관 사건과 무관하다는 걸 믿어줘야 한다니까.” “그런데 최 회장은 아무래도 널 의심하는 것 같아.” 백윤택이 한숨을 쉬었다. “최 회장은 포기하자. 송 대표도 나름 괜찮잖아?” “걔 얘기는 꺼내지도 마. 그 자식은 아직까지도 갇혀서 꼼짝도 못 하잖아.” 백지안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준 같은 근사한 남자는 온 나라를 뒤져도 찾을 수가 없어.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아깝다고. 그리고 난 하준이를 너무 좋아해. 아니면 3년 동안 내게는 손끝도 대지 않는데 내가 붙어있을 이유가 없지.’ 이번은 처음으로 백지안이 입원했는데도 하준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은 경우였다. 이튿날이 되자 백지안은 참지 못하고 병실에서 물건을 부수고 비명을 지르며 죽겠다며 난동을 부렸다. 밖에 지룡 멤버들이 서 있으니 분명 이 소식을 최하준에게 전할 터였다. 다행히 사흘째가 되자 결국 하준이 나타났다. 그런데 최하준은 환자복을 입고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얼굴은 한참 야위어 있었고 온몸에서는 쌀쌀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검은 눈이 가만히 쳐다보자 백지안은 어쩐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준… 왜 그래?” 백지안은 의외라는 듯 하준을 쳐다보았다. “다쳤어?” 상혁이 유유히 말했다. “회장님은 이제 막 위천공 수술을 하셨습니다. 의사가 움직이면 안 된다고 했는데 백지안님이 매일 난동을 피운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오신 겁니다.” “미…미안해. 난 몰랐어.” 백지안이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눈가에는 은근한 기쁨이 스쳤다. ‘나를 신경 안 써서 안 온 게 아니라 수술을 해서 못 온 거구나. 하지만 저 몸을 하고도 날 찾아왔다니 역시 마음속에 내가 있는 거야.’ “알았으면 이제 날 좀 놔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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