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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1화

지난번 일로 이미 집안의 명예를 한번 더럽히기는 했지만 그건 그래도 사생활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송영식이 사적으로 사람을 처벌하고 감금한다면 내년 대선에서 삼촌에게 크게 누가 될 일이었다. “날 잡아가고 싶다면 증거를 가져오시라고.” 여름은 냉랭하게 말하더니 돌아서서 가버렸다. “기다려! 내게는 가도 좋은지 물어보지도 않았잖아?” 하준이 무표정한 얼굴로 나섰다. “내가 가도 좋다고 했던가? “그래서, 날 잡아가시게?” 여름이 하준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하준은 본적도 없는 한기가 서려 있었다. 심장이 욱씬했다. 갑자기 뭐라 말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 여름을 잡으면 두 사람 사이의 틈은 분명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점을 잘 알았다. ‘하지만 여름이가 그렇게 잔인무도한 짓을 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낼 수 있을까?’ “하준아, 대체 뭘 망설이고 있어?” 송영식이 외쳤다. “지안이가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사실을 잊었어? 절망한 나머지 자살하려던 모습을 잊었냐고?” 여름은 깜짝 놀랐다. ‘백지안이 자살을 시도했구나. 이번에는 아주 독한 수를 썼는걸.’ “나랑 지룡으로 같이 가자.” 하준의 눈에 위엄이 서리더니 거칠게 손을 뻗어 여름의 손을 잡아채려고 했다. 그러나 손이 닿기도 전에 여름이 가스총을 꺼내 하준을 겨누었다. 하준은 멈칫했다. 눈에는 물음표가 가득했다. 여름이 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건지, 자신을 겨누었다는 사실에 놀란 건지도 파악이 잘 안됐다. “난 당신이랑 같이 돌아가지 않아. 강제로 잡아가겠다면 쏘는 수밖에 없어.” 여름의 눈은 이상스러우리만치 침착했다. 강제로 끌고 가려고 한다면 진짜로 발사를 할 것으로 보였다. 심장이 갈가리 찢기는 고통이 가득한 하준은 잔뜩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에게 총을 쏘겠다는 건가, 지금?” “그러면 내가 순한 양처럼 끌려가야 한다는 거야?” 여름의 표정은 사뭇 냉랭했다. “난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끌려가서 문초를 당하고 싶지는 않다고. 다 나를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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