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3화
하준의 눈이 어두워졌다. 막 문을 열고 나가려는 여름을 보고 서둘러 따라가 팔을 잡았다.
“설거지하기 싫으면 안 하면 그만이지 왜 말을 그렇게…”
“그만 해! 오늘 그 집에서 구해준 건 몇 시간 동안 내가 밥 한 거로 다 갚은 거야. 게다가 솔직히 어제는 내가 당신 목숨을 구해준 건 내가 그냥 좋은 일 한 셈 치고 넘어갔잖아.”
여름이 냉랭하게 웃었다.
“다시는 나 찾아오지도 마. 다시는 당신한테 밥해주고 청소하고 빨래해주며 살고 싶지 않아. 앞으로는 여기로 전화하도록 해.”
여름은 핸드폰에서 번호를 하나 찾아서 하준에게 보여주었다.
목록에 저장된 이름을 보니 ‘XX 가사도우미’였다.
하준의 얼굴이 시커멓게 되었다.
여름은 한 마디 덧붙였다.
“잘 찾아보면 나이 든 분 말고 젊은 분들 일하는 데도 있어. 하나하나 찾다 보면 잘 맞는 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러더니 여름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다.
쳐다보기도 짜증 난다는 듯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다시금 울화가 치민 하준이 잠시 후 따라 나가 보았더니 여름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테이블에 놓인 밥그릇과 수저를 보니 마음이 답답했다.
‘그냥 밥그릇 몇 개 씻는 거잖아? 저렇게까지 흥분할 일이냐고? 씻기 싫으면 말면 그만이지. 얘기를 하면 되잖아. 내가 막 억지로 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하준은 휴대 전화를 꺼내 들고 이주혁에게 전화를 걸려다가 갑자기 그만두었다.
이주혁은 백지안의 친구이니 이런 때 자신이 여름을 좋아한다는 것이 알려지면 한 소리 듣게 될 것이 분명했다.
하준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온라인에서 물어보기로 했다.
-좋아하는 여자를 집에 초대해서 밥을 해달라고 하고 다 먹고 나서 설거지를 하라고 했더니 도망갔습니다. 제가 잘못한 건가요, 아니면 여자가 너무 쩨쩨한 건가요?
질문을 올리고 30분도 되지 않아서 댓글 창은 폭발직전이 되었다.
-아이고, 이런 걸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니…. 여자분 빨리 도망쳐요.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나? 어쩌다가 이런 남자에게 걸렸대?
-여자한테 쩨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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