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4화
여름이 성운빌로 돌아가자 샤워를 마친 임윤서가 후다닥 뛰어왔다.
“어디 보자, 어디 보자. 옷매무새는 안 흩어졌나? 키스 마크는? 옷에 주름은 좀 졌고, 머리는 왜 이렇게 헝클어졌냐? 피곤한 기색을 보니… 너희들 설마….”
임윤서의 입가에 음흉한 웃음이 떠올랐다.
여름은 얼음처럼 싸늘한 시선을 돌려주었다.
“그 지저분한 생각 당장 넣어둬. 그 인간 집에 가서 몇 시간 동안 고기 삶고 찌고 끓이다가 왔다. 내가 고기를 얼마나 썰었는지 그냥 손이 다 떨려.”
“……”
벌겋게 부은 여름의 손을 보고 임윤서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여름은 울고 싶었다.
“그 인간이 글쎄, 온갖 고기랑 갈비를 30kg이나 주문한 거 있지? 내가 그걸 일일이 다 잘라서 소분해가지고 냉동실에 얼려주고, 갈비에, 보쌈에 갈비탕에 매운 갈비에 탕수육에…그걸 다하고 좀 먹고 앉아서 쉬고 있는데 날더러 설거지를 하라는 거야!”
여름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아이고, 이제 생각해 보니 나 그 집에 들어가서부터 지금까지 물 한 컵도 못 마셨다.”
임윤서가 가련하다는 듯 여름의 어깨를 두드렸다.
“에휴, 그런 인간하고 사랑에 빠졌었다니 너 대체 얼마나 미쳤었던 거야?”
“너도 이제 알았구나?”
여름이 길게 한숨을 내 쉬었다.
“내가 그 집구석에서 나오자 마자 차단했어. 아오 짜증 나.”
“잘했어. 피곤하겠다. 얼른 들어가 좀 자라.”
임윤서가 위로했다.
“이번 일만 지나가고 나면 이제 너는 완전히 마음의 평정을 찾아서 다시는 그 인간 때문에 흔들리는 일 없을 거다.”
여름이 피식 웃었다.
“분노에 부들부들 떨리기는 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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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T 사무실.
다음날 8시.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하준은 상혁과 비서실 직원들이 복도에서 떠드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김 실장님, 어제 커뮤에 진짜 웃기는 질문 올라왔잖아요. 어떤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를 불러서 밥을 해달라고 했는데 설거지를 하라니까 도망갔어요. 내가 잘못한 건가요, 여자가 쩨쩨한 건가요?’라고 질문을 올린 거 있죠? 진짜 세상에는 별별 인간 다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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