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5화
오후의 나른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여름의 작은 몸을 비췄다.
여름은 몸을 살짝 돌린 채 입꼬리에 온화한 미소를 띠었다. 말투가 사뭇 부드러웠다.
“그럼. 데리러 갈게.”
여름이 얼마나 환하게 웃는지 눈이 부셨다. 통화가 끝나자 엄 실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표님, 연애 하세요?”
여름은 흠칫하더니 기분 좋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곧 하겠죠.”
“……”
‘대표님을 따라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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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9시.
손님이 탄 비행기가 착륙했다.
10여 분을 기다리니 윤서가 귀염둥이 둘을 데리고 빠져 나왔다.
쉬크한 펑크풍 의상을 입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어찌나 귀엽게 생겼는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돌아볼 지경이었다.
여울이는 트렁크 위에 앉아 있었다. 얼굴에는 마스크를 쓰고 양갈래로 땋은 머리를 달랑거리고 있어 너무나 귀여웠다.
둥이가 여름을 발견하자 여울이는 트렁크에서 뛰어 내려 오도도도 달려갔다.
“엄마, 엄마!”
여울이는 여름의 품에 와락 안겼다. 고소한 젖냄새가 풍겼다.
여름은 심장이 녹아 내리는 것 같았다. 눈물까지 흘러나올 뻔 했다. 둥이가 태어나고 나서 이렇게 오래 헤어져 있었던 적이 없었던 것이다.
“엄마.”
하늘은 비교적 절제된 목소리였지만 그래도 눈가가 촉촉했다.
“우리 아들, 이리 와!”
여름이 양 팔을 벌려 좌우로 둥이를 안아 들였다.
“역시나 엄마가 최고네. 이모는 아무래도 엄마를 대신할 수가 없구먼.”
임윤서가 비죽거렸다.
“내가 매일 얼마나 사탕을 사다 바쳤는데도 엄마를 보더니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네.”
여울이가 몸을 배배 꼬았다.
“이모도 겨론해서 동생 낳아줘요.”
“난 싫네요.”
임윤서가 답했다.
여름이 일어나 웃었다.
“고생 많았다. 오늘은 내가 거하게 쏠게.”
“좋아. 가자!”
임윤서가 막 걸음을 옮기려는데 뒤에서 놀라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서, 너니?”
3년이 지났지만 그 목소리는 잊을 수가 없었다.
돌아보니 강상원과 신아영이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
3년 만에 강상원은 이전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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