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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화

이주혁이 눈을 살짝 부릅떴다. “내가 사귄 여자 친구가 많아서 남들이 바람둥이라고는 해도 난 꼭 한 명 끝내고 그 다음 사람 사귀었다.” “좋은 생각 있으면 좀 말해 봐.” 하준은 언제나 과단성 있게 결정을 내리는 타입이라 이런 일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이주혁이 담담히 말을 받았다. “나 곤란하게 만들지 마라. 어쨌든 지안이는 내게는 동생 같은 애야. 난 걔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솔직히 네가 계속 그렇게 지안이를 안을 수 없다면 그것도 골치 아픈 일 아니냐? 그렇다고 그 두 여자를 네가 다 끼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지안이가 그렇게 오래 네 곁에 있느라 다른 사람은 만나지도 못하고 그 나이가 되었는데 참 이래저래 곤란하네.” 하준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결국 술을 한잔 더 따라 주혁과 잔이나 부딪힐 뿐이었다. 이주혁은 불쌍하게도 밤새 하준과 술을 마셔주었다. 다음날. 하준은 정신을 못 차리고 뻗어서 12시까지 잠만 잤다. 상혁이 옷을 가지고 왔을 때에야 겨우 일어나서 씻고 출근을 했다. 가다가 밖에 병원이 보이자 갑자기 뭔가 생각났는지 내려달라고 하더니 뛰어 들어가서 약을 하나 처방 받더니 약국에 들러 약을 가지고 나왔다. 회사에 도착해 보니 얼마나 기다렸는지 지안이 앉아 있었다. 테이블에는 정성스럽게 싼 보온도시락이 놓여있었따. “준, 나 1시간이나 기다렸어. 안 오는 줄 알았네.” 지안은 하준을 보자마자 반가워서 웃으며 얼른 다가왔다. 밤새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은 게 보였다. 머리를 내려 슬쩍 가렸는데도 다 보였다. 하준은 입안이 씁쓸했다. 어제는 따끔한 맛을 보여주겠다고 시작한 것이 결국 또 강여름과 잠자리를 해버리다니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 나쁜 짓이었다. “지안아, 이럴 필요 없어. 다쳤는데 집에서 좀 쉬지 그랬어?” “하지만 어제 네가 집에 안 와서 너무 보고 싶었다 말이야.” 지안은 한껏 감정을 담아 하준을 바라보더니 가슴에 살풋 기댔다. 고개 숙여 지안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어젯밤 그 가슴에 여름이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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