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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2화

“그렇지만….” “김 실장, 요즘 강여이랑 부쩍 자주 만나더니 은근히 편을 들던데, 잘 들어. 나보다 지안이를 잘 아는 사람은 없어. 백지안은 내가 사랑하는 여자야. 지안이에게는 눈곱만큼의 의심도 품지 마.” 하준이 차갑게 내뱉었다. “그 사건은 여기서 끝내.” 상혁은 조금 놀랐다. “저는 그런게….” “나가.” 하준은 노트북을 열면서 상혁을 내쫓았다. 상혁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이렇게 명백한 증거가 나왔는데도 회장님은 전혀 개의치 않으시네. 영 회장님 스타일이 아닌데, 완전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 그러나 상혁은 하준이 예전에는 백지안을 사랑했던 적이 있는지 몰라도 지금은 마음속에 강여름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하준의 지금 이런 모습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날 퇴근 후 하준은 하준의 본가를 찾아갔다. 오전에 하준의 사무실에서 돌아온 이후로 여름은 내내 테라스에서 아무 말 없이 창밖만 바라봤다. 상혁이 들어서자 여름은 슬픈 눈으로 쳐다봤다. “최하준이 나한테 가서 뭐라고 하라던가요? 아니면 이제 도저히 하루도 참지 못하겠다고 이혼합의서라도 들고 오라고 하던가요?” “오해십니다. 회장님이 보내서 온 게 아닙니다.” 상혁이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요 며칠 회장님이 좀 지나치신 건 알고 있습니다만 제 생각에 그건 회장님 본의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요즘 좀 이상합니다.” “백지안이 치료 세션을 진행하면서 하준 씨에게 무슨 짓을 했다는 뜻인가요?” 여름이 나지막이 물었다. 상혁은 입이 떡 벌어졌다. 한참 만에야 표정을 수습하고 간신히 말을 이었다.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회장님이 무슨 세뇌라도 당한 듯한 느낌입니다. 며칠 전에 회장님이 저에게 연화정님 유골을 검사해 보라고 시키셨습니다. 분명 백지안 씨가 의심스러워서 하신 분부겠죠. 그런데 오늘 결과를 말씀드렸더니 전혀 개의치 않으시더라고요. 이건 회장님 스타일이 아닙니다. 예전에 백지안 씨를 좋아했다고는 해도 이렇게 옳고 그름을 가리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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