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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화

“그렇군요. 나는 미칠 것 같지는 않은데.” 여름이 담담히 웃었다. “전에는 이거보다 못한 곳에서도 살았어요. 여기는 그래도 괜찮은 편인데요. 굶기는 것도 아니고 쉰 밥이나 썩은 물은 주는 것도 아니고, 이불도 있네요.” 최양하는 멍해졌다. “무슨 소립니까? 쉰 음식과 썩은 물을 마신 적이 있어요?” ‘저 사람은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거지?’ 최양하는 사뭇 차분한 여름을 바라보며 자신이 여름을 한참 잘못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거 물어봐야 소용 없어요.” 여름이 힘 없이 피식 웃었다. “어쨌든 난 여기 있을 거예요. 부회장님이 이렇게 만들어 준 거잖아요.” 최양하의 얼굴이 굳어졌다. “내가 그렇게 안 했어도 당신과 최하준의 관계는 밝혀질 거였습니다.” “그러니까 고맙다니까요.” 여름이 냉랭하게 웃었다. “하준 씨에게 흥분시키는 술을 먹이고, 서유인을 이용해서 식구들 다 데리고 방으로 쳐들어와서 그런 장면을 보게 해준 것도 고마워요. 최하준의 명예를 땅바닥에 떨어지게 만들고 집안 어른들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야 본인의 입지를 확보할 수 있었겠죠.” 여름의 팩폭에 최양하는 매우 난감했다. “내가 치사했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순수하게 강여름 씨를 도와주고 싶어서….” “최양하 씨, 됐어요. 내게 있어서 당신은 최하준보다도 더 비열한 사람이에요. 내가 눈이 삐었지. 어쨌든 전에 한 번 구해줬던 건 이제 주고받았으니 저는 이제 빚은 없는 거예요.” “왜 이렇게 어리석게 굴어요?” 최양하는 이제 살짝 화가 났다. “당신이 여기 남아 있어도 소용없어요. 최하준은 이제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바쁘다니까요.” “내가 국적을 바꾸는 일은 없을 거예요. 우리나라로 못 돌아오는 일은 더더군다나 없고. 그리고 난… 하준 씨가 날 데리러 올 거라고 믿어요. 당신 같은 사람들에게 질 사람이 아니거든요.” 가끔은 여름 스스로도 왜 최하준을 떠나지 않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그 사람이 곤경에 처한 것을 보니 차마 떠날 수가 없었다. 둘 사이에는 이루 다 말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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