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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화

밤. 하준은 술을 마구 들이 부었다. 지훈이 좀 말려보려고 했지만 소용 없었다. 하준은 원래 주량이 상당하지만 오늘은 얼마를 마셨던지 정말로 취하고 말았다. “지안이 보고 싶다.” 창밖의 어둠을 보며 나지막이 읊조리듯 말했다. “내게 다가온 여자들 중에 내게 진심을 다한 여자는 지안이 뿐이었어. 거짓말도 안 하고, 배신하지도 않았어. 지안이는 왜 세상을 떠났을까?” 술잔을 들고 있는 지훈도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남들이 보기에는 신비롭고 존귀한 존재인 최하준이지만 사실 지훈은 알고 있었다. 하준은 어려서부터 어머니나 아버지에게 사랑 받지 못하고 자라서 애착이 부족했다. 유치원 때부터 하준의 주변에는 목적을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들 투성이였다. 그래서 이렇게 의심 많은 성격이 된 것이다. 그런 하준이 이번에는 정말 사랑에 빠졌었다. 애초에 왜 하준을 동성으로 불러서 이 고생을 시키는지 친구로서 후회됐다. 그러나 그렇게 얼음장처럼 냉랭하기만 하던 하준이 이렇게나 사랑에 깊이 빠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지훈은 계속해서 하준이 완전히 취해서 고꾸라질 때까지 술자리를 지켜주었다. 하준이 정말 취한 모습을 보는 건 이번이 두 번째였다. 테이블에 올려둔 핸드폰 진동이 계속 울렸다. 여름이 걸어오는 것이었다. 지훈이 받았다. 수화기 너머에서 잔뜩 잠긴 여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에요? 늦었는데 집으로 들어와요, 네?” “하준이가 취했습니다.” 지훈이 한숨을 쉬었다. “제가 데리러 갈게요.” 여름이 급히 말했다. “됐습니다. 혼자서 이 친구 들지도 못해요. 제가 대리 불러서 같이 갈게요.” 통화가 끝나자 여름은 바로 문밖으로 나가 기다리기 시작했다. 밖에는 눈이 내려 소복소복 쌓이고 있었다. 30분쯤 지나 도착하는 지훈의 차를 보고서 차가운 밤공기 속에 서 있던 가녀린 몸에서 하얀 입김이 후욱 뿜어져 나왔다. 차가 멈추자 여름은 뒷좌석 문을 열었다. 이렇게 곤드레만드레 취한 하준은 처음이었다. 거의 의식을 잃고 뒷좌석에 누워 있었다. 지훈이 여름과 함께 하준을 침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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