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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2화

여름이 아내를 ‘미친 놈’이라고 칭하자 차진욱은 과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강신희의 처사는 확실히 너무 지나친 바가 없지 않아 있었다. ‘강여름도 자기가 말하는 배후의 세력이 누군지 모르니 저러겠지. 그러나 자기의 도피 계획까지 나에게 줄줄 말하는 거 아니겠어?’ “정말 안전하게 출국할 수 있겠나?” 차진욱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여름은 입술을 빨았다. 어쨌든 차진욱에게 한병후의 전용기를 타고 간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순리에 맡겨야죠. 갈 수 있으면 가는 거고, 못 가면 목숨을 걸어도 할 수 없고요. 다만 그 쪽이 부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서 무고한 아이들만은 다치게 하지 않았으면 할 뿐입니다.” 여름이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 인간은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을 거예요. 저, 혹시….” 잠시 생각하더니 여름은 아무래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결국 제가 무사히 떠나지 못하면 부디 제 두 아이들을 살려주세요. 그러면 하나가 아니라 둘이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입니다.” 차진욱은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다소 불편해졌다. “그럴 필요까지 있겠나? 원한 관계가 있는 사람에게만 복수하겠지 설마하니 아이들까지 건드리려고?” “세상에는 타고나기를 아주 악독하게 타고난 사람이 있답니다. 아이들이고 뭐고 가리지 않을 수도 있어요. 상대는 인간성이고 양심이고 그런 건 없는 무자비한 인간이니까요.” 여름이 비아냥거렸다. 차진욱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인간성이고 양심이고 없는 무자비한 인간이라니? 강여경을 두고 하는 소리인가, 신희를 두고 하는 소리인가? 아니면 본인 얘기인가? 자기 할머니를 해치고 여경이를 막다른 길까지 몰아놓고 자기는 감히 신희의 딸이라고 사칭해 서경주가 딸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잖아? 심지어 신희이 회사까지 차지했지.’ 그러나 어쩐 일인지 강여름의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차지욱은 어쩐지 여름이 그런 일을 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게 되었다. 아니면 강여름이 그렇게 악독한 일을 벌일 수도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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