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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2화

남자가 뭐라고 했는지 백지안이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더니 고개까지 숙여 백지안을 끌어당기더니 진하게 입을 맞추었다. 송영식은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천둥번개가 치는 듯했다.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이 그토록 오래 바라만 보고 사랑해 왔던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천박해 보이는 인간과 입술을 맞대고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지안이는… 내 여자 친구잖아? 오늘 야간 진료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왜 이렇게 되는 건데?’ 이주혁이 송영식의 시선을 따라가더니 즉시 후다닥 다가가 닫히려는 엘리베이터를 잡았다. 남자에게 안겨서 키스를 받던 백지안은 이주혁을 보더니 냅다 비명을 지르며 남자를 밀어냈다. “지안아….” 송영식이 주춤주춤 다가섰다. 다리는 힘이 다 풀리고 놀라고, 망연하고, 두렵고, 분노에 찬 눈을 했다. “왜, 왜 날 속였어? 지안아, 저 남자랑 무슨 사이야?” 송영식은 다짜고짜 그 남자의 멱살을 잡더니 주먹을 치켜들자 백지안이 튀어나와 송영식의 팔을 와락 잡았다. “그러지 마.” 송영식은 움찔했다.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지안아, 내가 알던 그 지안이 맞니?” “이런 젠장, 감히 내게 손을 대려고? 꺼져!” 퉁퉁한 남자가 송영식을 와락 밀치며 노기를 띤 소리로 외쳤다. “내가 누군지 알아? 죽고 싶어?” “죽고 싶은 건 네 놈이겠지?” 송영식이 흥분해서 외쳤다. 두 눈에서 사람을 죽일 수도 있을 듯한 분노가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주혁이 막아섰다. “진정해. 이 분은 화건 인베스트의 원승탁 사장이셔.” 송영식은 움찔했다. 분노한 나머지 아무 생각이 없이 마구 덤벼들었는데 화건 인베스트라고 하니 뭔가 낯익은 느낌이었다. 전에 무슨 비즈니스 서밋에서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역시 닥터 리가 보는 눈이 있군.” 원승탁이 차가운 눈으로 송영식을 노려보더니 대뜸 소리쳤다. “집안에서도 내쳐진 주제에 날 건드리기라도 했다가는 뼈도 못 추릴걸.” “좋아, 일단 반 죽여 놓고 내 뼈를 추리는지 못 추리는지 보지.” 송영식은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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