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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4화

어쨌거나 강여름에게 심어둔 자신의 고상하기 그지없는 성인군자 이미지를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윤서 씨는 뭐 하나요? 가서 같이 놀지 그래요? 우리랑만 계속 같이 있으면 재미없지 않아요?” 양유진이 미소를 지으며 여름이 자리를 뜨도록 유도해 보았다. “그래도 내가 아내로 따라왔는데 이렇게 가버리면 보기 좀 그렇죠.” 여름은 곤란한 척하며 말했다. “그리고 최하준도 있어서 당신이 쓸데없는 생각을 할까 봐 걱정도 되고.” “아니에요. 난 여름 씨를 믿어요.” 양유진이 진실한 눈으로 여름을 바라보았다. 여름은 거의 믿을 뻔했다. 여름이 바로 자리를 뜨지 않고 어느 구석에 숨어서 보고 있었다면 양유진이 바로 맹 의원 옆으로 자리를 옮겨서 계속해서 양유진에게 술을 따르고 불을 붙여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계속해서 여름을 실망시켰을 것이다. 양유진이 내내 여름 앞에서는 우아한 모습만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보지 않는 곳에서는 여름이 모르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여기 계셨군요. 임윤서 님께서 계속 찾고 계십니다. 소개할 분이 있다고 하니 한 번 가보세요.” “알겠어요.” 여름은 고개를 끄덕이고 일하는 사람을 따라 정원으로 갔다. 후원에 큰 수영장이 있었다. 수영장에서 노는 사람도 있고 풀장 옆에서는 사람들이 바비큐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풀장을 지나는데 직원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잠깐만요, 신발 끈이 풀어져서요.” 그 사람이 신발 끈을 묶는 사이에 누군가가 갑자기 여름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여름이 곁눈질로 재빠르게 움직임을 포착하고 여유롭게 웃으며 옆으로 피하는 바람에 직원이 풀장에 빠지고 말았다. 거대한 물보라와 요란한 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도와주세요! 사람이 물에 빠졌어요.” 여름은 무서운 척하며 소리를 질렀다. 누군가가 바로 직원을 구해서 끌고 나왔다. 하준은 여름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 바로 어둠 속에서 뛰어나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여름을 바라보았다. “괜찮아?” “나한테 무슨 일이 있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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