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화
“당연히 안 하겠지. 온갖 못된 수작은 나한테 다 부렸거든.”
최하준이 냉소적으로 내뱉었다.
이지훈은 할 말을 잃었다.
‘이건 그냥 대놓고 꽁냥자랑인가?
그게 자랑이냐? 막상 여름 씨는 그렇게 너를 신경 쓰지도 않는데?’
이지훈은 속으로만 욕을 한 뒤에 말했다.
“전에 그 집 사람들이 한 짓을 봤을 때 오늘 그렇게 망신을 당했으면 그냥 넘어갈 리가 없어. 지난번에는 감금해서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이번에도 제수씨 위험에 빠지진 않는지 살펴봐.”
최하준은 계속 자료만 들여다봤다.
“됐어. 와서 무릎 꿇고 싹싹 빌기 전까지 꼼짝도 안 할 거야.”
그러더니 잠시 후에는 이렇게 말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랬다고, 그 집에서 날 대체 뭘로 보는 거야? 그냥 두면 안 되겠어. 이번 영상 싹 풀어줘.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절대 삭제 못 하게 조치하고.”
“그, 그래.”
이지훈이 무기력하게 뱉었다.
‘무릎 꿇고 빌지 않으면 안 도와주겠다더니 바로 말 바꾸는 거 봐라.’
“빨리!.”
최하준이 언짢은 듯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때 휴대 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보니 발신자가 여름이다.
오랫동안 기다려 온 전화를 보자 답답했던 마음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
“사정이 이쯤 되면 도와 달라고 전화할 줄 알았지.”
최하준이 휴대 전화를 가리키며 비웃음을 흘렸다.
이지훈은 지난 번에도 그렇게 말했다가 당하지 않았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최하준이 신이 난 모습을 보고는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안 받아.”
최하준은 내키지 않는다는 듯 휴대 전화를 그냥 테이블에 던졌다. 그러나 눈은 계속 곁눈질로 화면을 보고 있었다.
20초쯤 울리고 곧 전화가 끊어지려고 할 즈음 잡아 들었다.
“뭐, 이번에는 그 집에서 정말 목숨을 노릴지도 모르지. 살려달라는 전화를 안 받았다가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큰일이잖아?”
이지훈은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저 꼴을 친구들 단톡방에 올려서 다 보여줘야 하는데 말이야….’
“뭘 봐? 빨리 가!”
최하준이 언짢다는 듯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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