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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화

변호사 사무소. 이지훈이 점심을 먹고 산뜻한 기분으로 들어왔다. 최하준의 사무실을 지날 때 마침 보조사무원 하나가 커피잔을 들고 들어 가려던 참이었다. “최변은 점심에도 안 쉬나 봐요?” 이지훈이 보조에게 물었다. “네. 새 의뢰건 파일 보고 계세요.” 사무 보조원이 소곤소곤 말했다. “최 변호사님이 요즘 의뢰를 부지런히 받으시더라고요. 경제적으로 힘드신가? 전에는 끽 해야 한 달에 두어 건 받으셨는데 요즘은 막 4건씩 받으세요. 그래서 너무 바빠서 쉬는 시간에도 계속 일하시는 거예요.” 이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 ‘천하의 최하준이 돈이 없다고? 한 나라의 왕이 돈이 없으면 없었지 최하준 돈이 마를 리 없지. 집에 몇 대를 써도 못 쓸 돈을 쌓아두고 있는데. 집이 텅 비어 있으니 돌아가기가 싫은 거야. 곧 죽어도 그걸 인정을 안 하네.’ “그건 저 주시고 가보세요.” 이지훈이 커피를 들고 들어갔다. “거기 둬.” 최하준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이지훈이 한숨을 쉬었다. “아이고, 오늘 TH랑 한주 약혼식 날이잖아. 거기 다녀온 친구가 그러는데 식장 스크린에 여름 씨하고 한선우의 달달한 연인 시절 사진이 다 올라갔다더라. 거기 있던 사람들이 여름 씨가 벌인 짓이라고 한대. 그걸로 또 어지간히 괴롭힘을 당했나 보더라.” ‘한선우랑은 달달한 투샷이 있었어? 나랑도 그런 걸 찍었던가? 한 장도 없잖아!’ 최하준이 싸늘한 시선을 들었다. “몇 번을 말해. 나한테 그 사람 얘기하지 말라니까. 죽든 살든 알 바 아니야.” 이지훈은 어이가 없었다. ‘듣기 싫으면 말을 끊던지, 다 듣고 나서 아닌 척하긴.’ “그러지 뭐, 난 친구가 보내준 영상이나 봐야겠다..” 이지훈은 휴대 전화를 열었다. 마침 여름이 테이블에 올라간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최하준이 이지훈의 휴대 전화를 뺏어서 내동댕이 치려다가 그 안에서 들려오는 여름의 고함 소리를 듣고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 ‘바보같이 당하고만 있을 줄 알았는데 난리 치고 반박할 줄도 아네. 그런데 정말 한선우랑 사귀었다고? 사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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