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4화
“네. 지난번에 여름 씨가 분홍 장미를 좋아한다고 하길래….”
서인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준의 꽃다발을 와락 빼앗아 쓰레기통에 쳐 넣었다.
“최하준 씨, 이게 무슨 짓입니까?”
서인천의 부드러운 얼굴에 화가 드러났다.
“강여름에게서 떨어지시지.”
하준이 눈을 똑바로 보며 경고했다.
“서리그룹이 멀쩡하길 바란다면 말이야.”
“당신은 나와 여름 씨 사이에 끼어들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물론 여름 씨가 최하준 씨 전처인 건 알 고 있습니다만, 이미 이혼한 사이 아닙니까? 여름 씨 일에 간여하시면 안 되죠.”
서인천이 차갑게 웃었다.
“아직 내 말을 못 알아들었나 본데, 당신이 벨레스에서 강여름의 신분을 노리고 접근한 거 내가 모를 줄 아시나? 그저 서리그룹에 이득이 되니까 이러는 거잖습니까? 이것만 알아두시죠. 날 건드렸다가는 그 길로 서리그룹의 돈줄을 아주 박살내 주겠습니다.”
하준의 눈에는 제왕적 싸늘함이 가득했다. 한껏 억누른 목소리에서 이미 인내심이 바닥났다는 것이 드러났다.
“최하준 씨, 왜 강여름 씨를 놓아주지 못하는 겁니까? 이제 당신과 백지안이 결혼할 거라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는데요. 이러는 거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서인천처럼 젠틀한 남자도 하준의 비열함에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네. 난 부끄러움을 모릅니다. 수치심을 모르는 사람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지. 어디까지 하는지 한번 보고 싶습니까?”
하준이 얼음처럼 사늘한 눈을 하고 으르렁거렸다.
서인천도 어느 정도는 겁을 먹었다. 재계에서도 하준은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저 주먹을 쥐고 분노한 채 차를 몰고 자리를 떠날 뿐이었다.
차가 한 블록을 지나 어느 골목으로 꺾어 들어가더니 서인천은 바로 잠시 정차하고 여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름 씨, 낚였습니다. 이번 일은 저에게 좀 감사하셔야 합니다?”
전면 차 앞에 서 있던 여름은 가볍게 웃었다.
“그동안 저 따라다니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나중에 제대로 한 턱 쏠게요.”
“밥은 됐고 제 개인 주택 설계도나 예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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